▲ 하성도 인천시아동복지협회장

 1990년대 모 단체가 한국형 아동보호수단이라고 자랑하던 소년소녀가장제도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아동학대란 비난을 받으면서 그 대안으로 2000년에 가정위탁보호제도 시범사업이 실시됐고 2003년 전국에 17개소의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설치됐다. 현재 가정위탁의 90% 이상이 대리 및 친인척 위탁으로 돼 있는데 이는 과거 소년소녀가장이 전환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2007년 4월 용역과제로 ‘가정위탁보호 활성화방안 연구’를 발표하고 이를 근거로 각종 가정위탁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무계획’에서 ‘요보호아동을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에 우선 배치해 가정보호를 강화하고, 양육시설의 소숙사화ㆍ공동생활가정 부대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가정보호 관련 지침 변경 및 시설기준 변경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했다. 자립지원 프로그램 대상을 시설아동에서 공동생활가정ㆍ가정위탁까지 확대하고 아동발달지원계좌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동분야 사업안내’에 ‘요보호아동 발생 시 만 2세미만 아동은 가정위탁으로 우선 배치’하도록 했다.
이들은 국회에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난달 20일 입법공청회에서 ‘7세 이하의 요보호아동에 대해 가정위탁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제안 이유로 가정위탁이 가장 좋은 보호수단 중의 하나이고 시설보호에 비해 양육효과가 우월함에도 지자체 공무원들이 행정적으로 번거롭고 익숙하지 않아 가정위탁보다 시설보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그 개정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올해 8월 5일자로 시행된 개정 아동복지법 제2조, 제15조를 보면 보호대상아동을 발견하거나 보호자의 의뢰를 받은 때에는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 보호조치를 해야 하며 보호조치를 할 때에는 해당 보호대상 아동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며, 보호자가 있을 때에는 그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 아동보호의 기본원칙인 아동의 최상의 이익 및 의사 존중과 부모의 의사를 듣도록 한 것보다 가정위탁을 우선하라고 한 것이 어떤 원칙에 의한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또한 가정위탁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아동을 원 가정으로 돌려보내지 못하거나 입양이 늦어질 경우 특정 위탁가정에 장기보호되거나 여러 위탁가정을 떠돌게 되는 현상(Foster Care Drift)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상담원의 보호사례 수는 222명으로 미국에 비해 7~9배나 많은 사례수를 맡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 상담원들은 가정위탁이 활성화할 경우 위의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2011년 가정위탁보호 현황보고서). 
우리나라가 시설보호를 보편적 아동양육수단으로 하게 된 것은 6·25전쟁 발발에 따라 아동양육시설이 대규모 만들어진 것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혈연 등을 중시하는 동양문화권의 특성상 입양 등이 활성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나 중국 등도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아동양호시설이 500여 개가 넘으며 요보호아동의 90%를 시설보호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아동양육시설은 가정적 분위기에서 아동을 양육하기 위해 현대식 건물로 신ㆍ개축되면서 복도형 대숙사는 없애고 독립 건물로 분리하거나 같은 건물도 아파트나 연립주택같이 분리된 방에서 별도 생활하는 소숙사나 그룹홈 유형 양육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아동 1인당 거실면적도 6.6㎡를 넘도록 돼 있으며 침대·책상·옷장 등도 개인별로 사용하는 시설이 많이 있으며 IT방·상담실·다목적 강당·농구장·축구장 등도 시설에 있다. 다양한 문화 및 체육프로그램 등이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한 것은 보육사 등을 포함한 사회복지사·간호사·영양사·생활복지사(지도원)·임상심리상담원 등 전문가가 5천 명이 넘게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사는 가정적 분위기에서 아동을 양육하도록 0~2세는 아동 2인당 1인, 3~6세는 아동 5인당 1인, 7세 이상은 아동 7인당 1인이 배치돼 있다. 이들 전문가는 다양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초·중·고 학습지원을 통한 대학교 진학 유도, 문제행동 개선을 위한 종합심리검사를 통한 심리ㆍ정서적 중재 프로그램 운영, 문제아동 등에 대한 사례관리, 진로 및 자립지원 프로그램 운영, 퇴소 후 자립을 위한 아동발달지원계좌 운영 등 시설 내에서의 서비스 제공과 함께 퇴소 후의 자립을 위한 전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60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선구자와 전문가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 등으로 만들어진 아동양육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신중한 검토와 준비도 없이 가정위탁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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