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득표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도 여야 대진표가 확정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대선구도가 짜여지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정치가 그만큼 예측이 안 되고, 제도화 수준이 낮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후보의 정책은 물론 도덕성도 오리무중이다. 더 더욱 중요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관리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선택으로 5년 내내 후회하는 일이 반복될 것 같아 두렵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박근혜 후보를 선출했다. 박 후보는 통합 및 민생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과거와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쟁자가 확정되지 않았으니 박진감 넘치는 선거운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야 후보가 결정되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 국민은 대선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후보 간 비교의 기회를 충분하게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통합민주당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순회경선을 진행하고 있으나 기대했던 만큼의 흥행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모바일 투표에 대한 불공정 시비 때문에 당내 갈등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10연승의 대세론을 이어가 과반을 이뤄 서울 순회경선 날인 9월 16일 후보로 확정될 것인지, 아니면 9월 23일 결선투표까지 갈지 모른다. 결선투표 결과는 후보 간 합종연횡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

한심한 것은 자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장외에 있는 안철수 교수를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제1야당으로서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을 미리부터 자처하고 있는 모습이다. 단일화를 추진할 때는 하더라도 전략적 차원에서 제1야당으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안 교수는 ‘대선 불출마 종용’ 공방으로 새누리당과 한바탕 전초전을 치렀다. 이번 주부터 대선 캠프를 가동하고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도 모른다.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도 유분수지 이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한 나라의 최고 정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뜸만 들이면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결단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공직이나 정치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대선 3개월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지고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세계의 대통령선거 역사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구도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새누리당, 민주당, 장외의 안 교수 등 3파전이 될지, 야권후보가 단일화 되어 2파전이 될지 예측불허 상황이다. 만약 3파전이 된다면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안 교수가 출마선언을 하는 즉시 대선 구도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빨라도 추석은 넘겨야 할 것 같다.

안 교수가 출마하더라도 민주당 입당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3파전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훨씬 유리한 구도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야권 후보 간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민주당은 이것을 염두에 두고 안 교수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2파전이 된다면 대선 구도 확정은 최악의 경우 12월 초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민주당이 157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선거보조금 때문에 11월 25~26일 자당 후보를 등록시키고 나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후보 등록 전에 야권 연대를 추진하더라도 10월을 훌쩍 넘길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대진표가 확정돼도 검증시간이 부족한 상황인데, 걱정이 태산 같다. 후보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막연한 기대나 이미지에 편승해 베일 속의 후보를 고르는 경우 대통령 복이 없다는 탄식을 반복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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