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중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종종 방송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인방송은 인천시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입니다. 태풍이라도 올라오면 즉시 재난방송 체제로 전환됩니다. 잘 아시겠지만 태풍은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현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MC : “현재 태풍의 위치는 서산 앞바다에서 계속해서 북상하고 있습니다. 대비 잘 하셔야겠습니다. 이어서 OO교통정보센터 연결합니다.”
OO교통정보센터 : “북상 중인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오고 있기 때문에 주의 운전하셔야겠습니다. 현재 태풍은 현재 목포 앞바다를 시속 40km의 빠른 속도로 북상 중입니다.“

뭐라고요? 서산까지 올라왔던 태풍이 목포로 되돌아갔다고요? 마이동풍이 따로 없습니다. 아마도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조금 지난 정보를 활용해 원고를 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리포팅 직전에 MC의 말을 잘 듣기만 했더라도 방송에서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가상의 상황입니다.

‘어떤 칭찬에도 동요하지 않는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상대에게는 마음이 흔들린다 - 자크워드’

화술에서 듣기의 중요성을 잘 나타낸 말입니다. 말을 잘 하려면 ‘듣기’부터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학자들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미국 CNN에서 오랫동안 ‘래리 킹 라이브’를 진행한 래리 킹도 본인의 성공비결을 ‘잘 듣는 것’이라고 꼽았을 정도입니다. 주의깊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본인이 말할 기회에 더 잘 말할 수 있고 더 잘 응대할 수 있게 됩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은 신뢰감을 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본심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상대방의 진심을 모른다면 진정성 있는 대화가 되기는 어렵겠지요.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친구 여럿이 오랜만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데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만 하고 있는 장면을! 혼란, 그 자체일 것입니다.
제가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에서는 매일 적어도 4, 5개 이상의 인터뷰가 들어갑니다. 방송으로 인터뷰를 할 때에는 사전에 질문지를 보내 주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방송에서는 방송 질문지 내용이나 순서대로 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인터뷰이의 답변 내용을 잘 듣고 그와 관련된 질문을 할 경우에 더 흥미있고 기사화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나오게 됩니다. 인터뷰이의 답변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실제로 1980년대 어느 방송에서 있었던 인터뷰 내용입니다. 방송에 출연한 부부에게 사회자가 질문을 합니다.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는지요?”
“네, 이제 막 한 달 되었습니다.”
“네 ,그렇군요. 아이는 몇 살입니까?”
“…….”
이 부부,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상대방의 대답을 잘 듣지 않으면 이런 낭패도 볼 수 있습니다.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죽어라 하는 사람, 주변에 꼭 한 명씩은 있습니다. 그래서야 어디 ‘통’하겠습니까? 오늘부터라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여 보십시오.
오늘의 과제입니다. 오늘만큼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2배 이상 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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