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느 병원에서 최고의 간병도우미로 뽑힌 한국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그녀를 최고로 뽑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녀는 환자들의 말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지만 최선의 몸짓과 정성어린 어루만짐으로 환자들을 위로했고 짧은 영어이나마 “오(oh), 리얼리(really)?, 굿(good)” 등을 연발하며 이야기를 성심성의껏 들어 주었다는 겁니다. 환자들이 그녀를 최고라고 여긴 것은 그녀가 자신들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듣기’는 화술의 기본이며 심지어는 ‘말하기’보다 더 중요합니다. 제대로 듣지 못하면 제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듣는 것이 ‘잘 듣는 것’일까요?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만 있으면 되는 것일까요?
인터넷에서 ‘듣기 훈련’을 검색해 보십시오. 99% 이상이 ‘외국어 듣기 훈련’에 관한 정보들입니다. 하지만 분명 우리말에도 ‘듣기 훈련’이 필요합니다.
잘 듣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비언어적, 반언어적 요소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먼저, 화자(話者)에게 관심을 보이십시오. ‘나는 당신의 말에 관심이 있다’는 자세를 최대한 보이며 이야기를 들으십시오. 미국 CNN의 프로그램 ‘래리 킹 라이브’의 진행자 래리 킹은 인터뷰를 할 때 항상 두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 인터뷰이(인터뷰 대상자)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 진행했습니다. 인터뷰이에게 좀 더 관심있어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둘째, 적당한 추임새가 필요합니다.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아침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터뷰는 전화로 이루어집니다. 상대방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은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인지, 전화가 끊긴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추임새입니다. ‘네’, ‘그렇군요’, ‘저런’,‘잘 되었군요’, ‘와~’, ‘아하’. 이렇게 화자(話者)의 흥을 돋울 수 있는 반응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끝으로, ‘몸짓’입니다. 눈을 적당히 마주쳐가며,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표시를 한다면 훌륭한 청자(聽者)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을 때나 오해를 샀을 때를 잘 돌이켜보십시오. 의외로 ‘잘 듣지 않아서’ 그런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결혼한 남성분들은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어 보십시오.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거려주며, 추임새를 넣어가며 들어보세요. 분명 좋은 반응을 얻게 될 것입니다. 자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와 대화하자면서도 정작 본인들만 실컷 이야기하고 아이들의 대답 혹은 의견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정한 눈빛, 정성어린 추임새 하나가 자녀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말 안 해도 알겠지’, ‘이심전심 마음이 통하겠지’하는 예단은 위험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말하는 사람과 자신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듣지 않는 화술은 결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세 살 먹은 아이 말도 귀담아 들으랬다”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단 5분 만이라도 최선을 다해, 추임새를 넣으면서 들어보십시오. (※‘세·바·스·찬’은 ‘세상을 바꾸는 스피치 찬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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