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배영 한국부모교육연구원 원장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이 점점 심해지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가 묻지마 범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의 붕괴와 부부관계, 부모-자녀의 단절로 인한 가정해체가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가 대물어 가정폭력이 반복되고 있다.

2010년에 여성가족부가 전국 3천800여 가구를 상대로 조사한 ‘전국 가정폭력 실태’ 결과에 따르면 부부폭력률은 53.8%에 달했다. 또 2011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통계에 따르면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는 경우가 전체 가정폭력 중 81.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의 피해 당사자가 돼 생명에 위협을 받는 여성이 2009년 기준 50만 명에 육박한 수치로 집계됐다. 이제는 가정폭력을 단순히 ‘집안일’ 쯤으로 여겨서는 안 될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경찰청이 지난 6월부터 약 넉 달 동안 ‘5대 폭력 척결활동’을 추진한 끝에 강력사건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지난 10월 31일 밝혔다. 또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집중단속으로 살인 및 강도 등 강력범죄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줄었으나 8천428명이던 성폭력 사범은 올해 9천529명으로 지난해보다 13.1% 늘어났다고 했다.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 등의 증가율이 보여주듯이 성폭력에 노출되는 불안감과 불신감이 사회 전반에 퍼져가고 있다. 
이와 같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선 현장에서 저임금과 신변상의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기관이 바로 가정폭력상담소와 성폭력상담소이다. 상담소들은 가정폭력 피해자 및 가정폭력 행위자 교육, 결혼준비상담, 가정폭력 피해상담 전반, 자녀문제 상담, 노인문제상담, 성폭력상담, 부부예비학교, 가정치료 프로그램 개발 및 진행 등 다양한 교육과 심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상담소를 방문하게 되면 두 가지 점에서 놀라게 된다. 일단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정신적인 영역의 일인 상담관련 일을 하는 기관의 종사자들의 저임금에 놀라게 된다. 최저임금을 조금 넘어선 금액으로 10~20년 경력이 있어도 전혀 반영이 안될 뿐 아니라 봉사 수준의 급여를 받고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과 같은 상담에서도 많은 힘이 들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임에도 보람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신변상의 안전보호, 종사자의 처우개선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매년 지원되는 국비 및 시비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상담 및 행정 등을 수행하려면 적절한 인원과 임금체계, 프로그램 진행비 및 부대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운영비의 충분한 지원 등이 시급하다. 이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운영비를 재검토해 확대 지원하도록 예산을 편성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측면에서 노력하는 상담기관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가족 문제와 성폭력 문제에 대한 해결의 기초는 행정적·재정적 충분한 지원과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선 현장에서 지금도 힘들게 일하고 있는 상담사들의 눈에 희망이 보이게 하자.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절망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이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처우개선 및 지원확대를 다시 한 번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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