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우리 속담을 찾아보았습니다. 꽤 많더군요. ‘말 잘하고 징역 가랴’, ‘말 한마디가 대포알 만 개도 당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말 한마디에 천금이 오르내린다’, ‘거짓말도 잘만 하면 논 닷 마지기보다 낫다’, ‘말로 온 공을 갚는다’, ‘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일 잘하는 아들 낳지 말고 말 잘하는 아들 낳으라’ 등.
우리 선조들도 ‘말’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나 봅니다. 비단 우리의 속담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과 격언은 매우 많습니다. 우리는 이 시간을 통해 ‘말하기’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전철 안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한 중년의 남성이 그야말로 쏙 빼입고 멋진 헤어스타일과 반짝거리는 장신구를 뽐내며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영화배우 뺨친다는 소리까지 들었을 것 같은 외모의 소유자였습니다. 얼마쯤 가다가 그 남성이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대화 내용을 다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그 조각 같은 외모에서, 글로 옮길 수 없을 정도의 상스러운 말이 한 문장당 한마디씩 섞여서 나오더군요. 마치 비속어를 쓰지 않으면 큰 일 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역시 사람은 외모로만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과 방자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다른 점이야 출신배경, 배움의 정도 등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결정적으로 그들은 사용하는 ‘말’의 수준이 서로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말은 자체로서 여러 정보를 지니고 있습니다. 고향은 어디인지, 지금 기분은 어떤지, 뭐하는 사람인지, 심지어는 학력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하는 것까지 말입니다.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 남정욱 교수는 한 칼럼에서 “비루(鄙陋)한 말과 글을 쓰는 인간에게는 비루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고개가 끄떡여지는 말입니다. 온몸에 값비싼 명품을 휘감고 다녀도 사용하는 언어가 상스럽고 천박하다면 그 사람은 결코 교양 있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행색은 좀 초라하고 볼품없어도 품위있는 말을 쓴다면 사람에 대한 평가 자체가 달라질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천박하게 보일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동가홍상(同價紅裳)이라고, 기왕이면 교양있고 품위있는 언어생활을 통해 타인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말하는 데 돈 들지 않습니다. 평소에 교양있는 말을 쓰려고 노력하고 훈련한다면 얼마든지 공짜로 자신의 품격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말 한마디만 잘 하면 천 냥 빚도 갚는다지 않습니까?
오늘의 과제입니다. 주위에 품위있는 말을 쓰는 사람은 누구인지 찾아봅시다. 그리고 배울 것은 없는지 생각해 봅시다.  (※‘세·바·스·찬’은 ‘세상을 바꾸는 스피치 찬스’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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