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진행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월~금 07:00~09:00)’를 전후해 공익광고가 하나 나옵니다. 공익광고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만드는 광고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청소년 몇 명이 서로 재미있고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욕이나 은어 없이 말해보라는 주문에 청소년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욕설 없이는 대화를 진행조차 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요즘 청소년들이 저희들끼리 하는 대화를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듣고 있기 민망할 정도로 욕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한양대학교 장경희 교수 연구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용역을 받아 2010년 발표한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평균 20어절당 한 번씩 비속어나 은어ㆍ유행어를 사용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말이 보통 한 문장당 4~5어절로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청소년들이 평균 네다섯 문장마다 한 번꼴로 막말 등을 쓰는 셈입니다. 심할 때는 거의 매 문장(4~5어절) 비속어ㆍ은어 등을 쓰는 사례도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저도 이 문제와 관련해 방송 인터뷰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큰일입니다.
은어란 ‘특정한 어떤 집단 안에서 서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독특하게 사용되는 말’이고 비속어란 ‘통속적으로 쓰이는 저속한 말’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희망의 세대인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언어 습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청소년들은 왜 이리 은어와 비속어를 많이 쓰는 것일까요?
사회학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부모들의 언어 습관을 지적하려고 합니다. 중학교 교사인 제 아내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비록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상담을 해보면 학생들의 70~80%는 자신의 부모에게서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천하고 저속한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는 겁니다. 글로 옮기기 힘들 정도의 심각한 욕설을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에게서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지 않습니까? 부모가 저급한 비속어를 자녀들에게 함부로 사용하면 그 자녀들은 당연히 부지불식간에 그것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이 왜곡된 것은 부모와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고 봅니다. 지난 시간에 품격있는 말의 중요성을 말씀드렸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 가족들 간에도 품위있는 말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우리의 자녀들을 잘 가르쳐야겠습니다. 앞의 공익광고에서처럼 ‘욕은 자신감과 자기과시가 아니라 나쁜 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품격있는 말로 여러분의 자녀와 대화를 나누십시오.
 ((※ 원기범 아나운서의 ‘세·바·스·찬’은 ‘세상을 바꾸는 스피치 찬스’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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