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대흥 (객원논설위원/KOICA보건의료전문위원)

 “65세는 괜찮아요. 70세요? 손해의 시작이죠! 한 사회학자가 텔레비전 저녁뉴스에 나와 사회보장의 적자는 대부분 70세 이상의 노인들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따라서 몇 년 전부터 노인들을 배척하는 운동이 점점 노골화되고 있었다. 노년의 이미지는 점차 사회의 모든 부정적인 요소와 결합되었다.” 이 글은 베르나르 베르베르(Benard Werber)가 저성장·인구과밀·실업·세금 등이 모두 죽지 않고 살아가는 노인들의 탓으로 미래의 고령사회에 나타나는 문제들을 자신의 베스트셀러인 ‘나무’에서 고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정책의 성공으로 인한 국민들의 생활수준과 보건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연장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자의 평균기대수명은 77.2세, 여자는 84.1세이며, 평균기대수명은 80.8세로 조사되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2012년 현재 11.8%이며 2019년에는 14.4%를 넘어 고령사회(aged society)로 빠르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이 꼭 축복만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이 같은 노인인구 증가에는 노인부양이라는 경제적 부담과 함께 빈곤해결이라는 소득보장문제와 의료보장문제가 동시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노인복지문제를 수반한다는 데 있다. 그중에서도 여러 가지 사회적인 편견과 무관심으로 인한 고령자의 근로기회 감소와 사회보장제도의 미성숙 등은 빈곤을 우리나라의 노인문제로서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노인자살률은 10만 명당 82명으로 전 세계 최고에 해당한다. 의지할 곳 없는 홀몸노인도 약 118만 명이며, 그중 빈곤층이 77%인 91만 명에 이른다. 노인학대도 점차 증가추세에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연동되는 기초노령연금의 공적연금체제 구축, 재가복지서비스 프로그램 및 시설복지, 노인을 위한 말벗 서비스, 가사 조력 홈 헬프 서비스, 긴급 상황 때 비상호출시스템, 전화 상담서비스, 장애 노인을 위한 주택구조 개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년층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이는 인권의식의 문제를 의미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처럼 노인들이 부정적인 노년의 이미지를 극복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 노인인권과 관련된 혁명적인 노인복지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즉, 노인들의 문화개발과 적극적인 사회참여의 지원이 중요하며, 커뮤니케이션의 단절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는 구체적인 노인복지정책 수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인권을 옹호하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다들 자신의 입장에서 인권을 옹호한다. 인권의 영역에서 제기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마 권리가 어떤 방식으로 정당화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노인들의 권리실현은 개인이 속한 국가의 관심사일 뿐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다. 노인의 존엄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독일 기본법 제1조에 따르면 존엄성은 살 권리보다 먼저 나온다. 따라서 인권이 보호해야 하는 것은 일정 정도의 자율과 자유 그리고 적어도 최소한의 식량 확보이다. 그렇다면 인권은 노인들의 시민권 침해 감소나 생계유지 능력 향상 등 노인들의 생활여건이 향상되었는지에 대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물음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서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칸트나 스캔론과 같은 철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자신의 고통을 운명이려니 여긴 채 불평할 근거조차 갖고 있지 않는 무방비 상태의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이는 고통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노인들에 대한 우선적 배려가 아닐까. 얼마 있으면 대선이다. 우리 사회의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 줄 대선후보를 우리는 정확히 구분해야 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어르신들과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 왔던 나에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황혼의 반란’에 나오는 마지막 대사는 의미있게 내 가슴에 꽂힌다.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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