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한다는 것은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 혹은 목적한 바를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의사를 전달함에 너무 목적 달성에만 치우친 나머지 거짓이 들어가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스피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듣는 사람을 기만하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나쁘게 말하면 ‘사기치는’ 일입니다. 스피치에서 (사석에서 대화를 하든, 아니면 대중 앞에서 말을 하게 될 때든) 솔직함이라는 요소는 기본적이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10분 동안 연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연설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는 정도였습니다. 평소에 연설기피증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람은 열심히 몇날 며칠을 원고 작성하고 고치기를 반복했습니다. 드디어 연설 당일이 되었습니다. 청중들은 자리에 앉아 기대에 찬 시선을 보내고 있고 조명은 자신만 비추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무대에 있는 단상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원고를 넣어 두었던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은 그는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뿔사! 원고를 차에 두고 그냥 나왔던 것입니다. 차까지는 불과 몇 분 거리였지만 단상에 올라온 이상 다시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정신은 아득하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자, 여러분은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사람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생각으로 솔직함으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저는 지금 눈앞이 캄캄하고 정신이 없어서 곧 쓰러질 것만 같습니다.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써 온 원고가 지금 제 손에 없습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참 바보같습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원고 없이 한 번 해 보렵니다. 제 어린 시절이 바로 이랬습니다. 참 무모한 짓을 많이 했거든요….(후략)” 이 사람이 연설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 청중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격려해 주었습니다. 미사여구가 담긴 세련된 연설을 해서가 아닙니다.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솔직하게 밝히고 진심어린 연설을 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비록 긴장해 목소리도 떨리고 말을 더듬긴 했어도 말입니다. 세계에서 말을 제일 잘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인 래리 킹조차도 생애 첫 방송에서는 ‘말이 안 나와서’ 방송 사고를 냈다지 않습니까? 결국은 래리 킹도 솔직하게 그 상황을 청취자들에게 밝히고 나서 오히려 말문이 열렸다고 합니다.
제가 전에 근무하던 극동방송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에 아침 프로그램 이름이 ‘출발! FEBC 대행진’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시작할 때 시그널 음악이 흘러 나온 후에 시그널 음악을 잠깐 내리고 타이틀을 외친 다음 다시 시그널을 올려야 하는 것이 정석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진행자가 ‘FEBC 대행진’이라고 타이틀을 하고 나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다시 시그널 음악을 내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출발’이 빠졌군요.” 당황했을 법도 한 상황이었건만 진행자는 솔직히 말하고 이후 순서를 무사히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 외국의 격언입니다. 대화에서도, 스피치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난마처럼 엮여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대화상대와도, 혹은 수천 명의 청중이 모여 있는 가운데 연설을 할 때에도, 학교에서 발표를 할 때에도, 회사에서 브리핑을 할 때에도, ‘정직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솔직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으로 부서진 것을 솔직함으로 건설한다면 어떤 폭풍에도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함을 갖추게 됩니다(테클라 매크로). 오늘의 과제입니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악순환을 겪어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그때 어떤 깨달음을 가지셨는지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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