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가족들과 함께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현대적인 분위기에 음식도 맛있어 종종 가는 곳입니다. 종업원들도 무척이나 친절합니다. 그런데 귀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주문 받으면서 하는 말이 “화장실은 2층에 계십니다.” 당연히 “화장실은 2층에 있습니다”라고 해야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 종업원에게 “화장실은 2층에 계십니다”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러자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죄송합니다. 화장실은 2층에 있으십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여러분도 마트에 한 번 가 보십시오. 판매원들이 얼마나 예의가 바른지 물건에도 높임말을 씁니다.

①“이 옷은 지금 사이즈가 없으시구요, 색상은 노란색이 제일 좋으십니다.”
②“배는 한 상자에 4만2천 원이십니다.”
③“이 상품은 싸게 파시는 대신에 환불은 안 되십니다.”
④“그것은 우리 고객센터에 가서 직원 분에게 여쭈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경우는 하도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마 독자들께서도 한두 번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다가는 ‘5층에 계시는 남성복 매장에서 10만 원 되시는 양복님을 사서 모시고 집으로 돌아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서비스업에서는 고객에게 잘 응대해야 상품을 더 많이 팔 수 있고 그래야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게다가 일부 학자는 ‘서비스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새로운 존대법 사용질서가 생기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스피치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매우 잘못된 일입니다. 질서가 아니라 무질서입니다.
왜냐하면 위의 예 ①②③의 경우는 고객을 높이는 말이 아니고 상품을 높이는 말이 되기 때문에 잘못된 높임법은 청자(聽者)에게 불쾌감을 주게 됩니다. 그리고 ④의 경우는 어딘가 어색하지 않습니까? 고객을 제대로 대접하려고 한다면 절대 써서는 안 될 표현입니다. 고객을 높이는 표현이 아니라 동료 직원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로 천냥 빚을 갚지는 못 할지언정 불쾌감을 주지는 않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어서 그런지 경어법(敬語法)이 퍽 발달한 나라입니다. 경어법이란 남을 높여 말하는 법을 일컫는데 문장의 주체를 높이는 주체 높임, 말을 듣는 상대편을 높이는 상대 높임법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대화 참가자들 사이의 관계라든가 여러 요소들이 전반적으로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스피치 관점에서 올바른 경어법을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말 높임법을 잘 살펴보면 주로 말의 끝에 붙는 어미에 나타나게 되는데, 말을 듣는 청자(聽者)는 누구인지, 또 말의 내용에 나오는 주체(主體)는 누구인지, 객체(客體)는 누구인지에 따라 다 다릅니다. 말을 올바르게 하고 상대방을 제대로 높이려면 반드시 공부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경어법을 경험한 경우는 없었는지 생각해 보시고 표현을 올바르게 고쳐 사용해보시기 바랍니다.

  (※ 원기범 아나운서의 ‘세·바·스·찬’은 ‘세상을 바꾸는 스피치 찬스’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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