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는 ‘상생’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경제 불평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급격한 산업화과정에서 경제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한 결과 나타난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언론 및 정치권에서 최근 상생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이익을 함께 분해한다는 것을 주로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상생에서 제외된 부분의 영역이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 될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상생은 경제적 측면에서 대기업 및 중소기업을 포함한 소외된 부분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크게 이슈가 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다. 이는 보다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라는 화두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정책적 대안 및 복지국가 실현의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사회적 기업은 노동 취약층의 노동시장 진입,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서비스 제공 등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이 강하기 때문에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수 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기업이 일자리 창출대책의 대안으로 각광받으면서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마다 사회적 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며 ‘하이브리드 조직’ 또는 ‘제3의 경제주체’로 불리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논의가 학계, 실무자 그리고 정부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그라민 뱅크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무함마드 유누스는 그의 저서 ‘가난 없는 세상을 위해’에서 일반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것에 반해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사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운영되는 기업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비영리단체의 활동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용어로 개념화되어 등장한 시기는 비영리단체에서 고용창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 1960년대 후반으로 1980년대 들어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라는 용어는 서구사회에서 폭넓게 쓰이게 된다. 특히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연이은 경기침체로 70년대 말부터 비영리단체들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삭감되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은 대폭 확대되었으며 정부기금과 개인기부에 의존하던 비영리단체들이 상업적 활동을 도모함으로써 자구책을 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70년대 유럽과 미국의 비영리단체 수의 엄청난 증가와 사회적 욕구의 증가에 따라 정부기금과 개인기부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졌으나, 기하급수적인 비영리단체의 증가에 따른 새로운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영리단체에서 상업적 수익 창출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사실은 현재 우리나라 민간사회복지 개발 및 확산운동에 커다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 레이거노믹스 등장과 함께 연방정부의 사회복지 예산 감축과 1990년대의 노동시장 부적응 빈곤층을 위한 경과적 일자리 제공 모델로 사회적 기업이 부각됐으며 민간부문의 다양한 자선과 기부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사회복지 예산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지역 사회의 욕구는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비영리 기관은 정부에 대한 재정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부족한 사업비를 보충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직접 수익 창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사회적 기업 활성화 이면에는 민간 기부문화 확산운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특기할 만하다.
미국사회 기부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의 참여가 높다는 점이다. 유명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을 비롯한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자산의 50%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한 바 있으며 이들이 약속한 기부액을 모두 합하면 1천250억 달러로 우리나라 일반회계 예산의 70%에 달한다. 이들 거액 기부자 이외에 미국사회에서 형성되는 총 기부액 중 소액 기부자들에 의한 기부가 77%에 이르고 있으며 연평균 기부액도 140만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사회지도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들이 사회양극화로 인한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섬으로써 민간 차원의 사회복지 영역이 확실하게 자리 잡은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될 뿐 아니라 미국의 사회적 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해 2012년 현재 699개소가 교육·보건·복지·환경·문화·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회적 기업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 못하다. 이는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빠르게 수적으로 성장했지만, 그로 인해 내실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많은 사회단체들이나 예비 사회적 기업들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으려는 목적이 지역사회 내에 사회적 경제의 공간을 창출하고 사회적 가치를 생산해내려는 진정한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는 동기가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인증 이후에도 사회적 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운영되고 미래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상을 세워가야 할지에 관한 체계화된 비전 제시가 미흡한 실정이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인해 사회적 기업의 공동체성 및 자립성이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이 정부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자립하기 위해서는 민간에서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보다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대안 제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하는 조직들이 생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즉, 사회적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 정책이 없어도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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