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어려서부터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변성기를 잘 못 보내서인지 목소리가 탁하고 목에 뭐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듣기에도 좀 답답한 목소리인데 목소리가 좋지 않아도 아나운서가 될 수 있을까요? 목소리를 바꿀 수만 있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꼭 좋게 바꾸고 싶습니다. 방법을 알려주세요.” 얼마 전 제게 온 어느 학생의 편지 내용 중 일부입니다. 지난 19년간 아나운서 생활을 해 오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목소리’에 관련된 것입니다. ‘목소리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목소리를 바꿀 수 있느냐’ 등등.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목소리는 훈련을 통해 바꿀 수 있습니다.’ 물론 아나운서는 방송에서 프로그램의 목적에 맞게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것이 제일되는 목적이니까 기왕이면 좀 더 청아한 목소리로 좀 더 아름다운 목소리로 방송을 하면 좋겠지요. 하지만 아나운서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요소가 목소리는 아닙니다.
각설하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 목소리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제대로 된 호흡훈련과 발성, 그리고 목소리의 온도를 잘 조절한다면 누구나 지금보다 더 만족스러운 목소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듣기에 좋다면 참 강점이 많습니다. 말하기에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맡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에서는 하루에 많으면 7~8명까지도 인터뷰를 합니다. 라디오에서는 당연히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청취자들은 (물론 진행자인 저를 포함해) 출연자의 목소리에 제일 먼저 반응합니다. 듣기 좋은 목소리로 본인의 생각을 말한다면 호감도도 높아지고 이야기의 신뢰도도 높아지게 됩니다. 반면 쉰목소리로 혹은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톤으로 말을 한다면 말의 내용보다는 목소리에서 주는 불쾌감으로 인해 집중도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앞서 목소리의 온도를 잘 조절하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목소리에도 온도가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상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이자 국어문화원장인 구현정 교수는 저서 ‘대화’에서 목소리에도 온도가 존재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목소리는 감정을 드러내는 통로가 되는데 차가운 목소리는 냉담함과 무관심을, 따뜻한 목소리는 관심과 애정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맞선을 보러 간 자리에서 몇 도의 온도로 말을 하게 될까요?
사랑하는 연인 사이의 대화는 몇 도 정도나 될까요?
상대하기 싫은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대화를 나누어야 할 때 목소리는 몇 도일까요?
지금 막 단잠에 빠졌는데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면 몇 도로 응대하게 될까요?
계속되는 잘못 걸려온 전화에 짜증이 날 무렵 시어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몇 도로 받아야 할까요?

목소리를 좋게 바꾸는 첫걸음은 바로 목소리의 온도를 조절하는 데 있습니다. 청자(聽者)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목소리의 온도는 높아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잘 소통되고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도 바뀌게 됩니다. 목소리의 온도를 조절해 보십시오.
오늘의 과제입니다.

다음의 문장을 영하 20도, 영상 20도, 영상 100도의 온도로 각각 말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당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내 옷 좀 줘요.”
“조용히 하세요.”
   (※ 원기범 아나운서의 ‘세·바·스·찬’은 ‘세상을 바꾸는 스피치 찬스’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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