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성도 인천시아동복지협회 회장

 어느덧 올해가 저물고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늘 해마다 맞이하는 연말연시 송년회,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 새해를 맞는 명절 설날 등 그동안 소홀했던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고 선물을 주며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고 기쁨을 나누고 정을 나누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한다. 회사에서는 연말 보너스가 주어지고 서로 선물을 주고받으며 일 년 중 가장 훈훈한 때가 이때이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 소외되고 고통 받는 많은 우리의 이웃들의 현실은 참으로 극단적이다. 전등을 켜지 못해 촛불을 켜야 하고 난방을 할 수 없어 이불을 겹겹이 덮고 자야하는 어느 시골 노부부가 손자를 돌보다가 촛불로 인한 화재로 일가족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주장했다. 자녀 양육에서 교육, 노후 보장까지 나라가 모든 책임을 질 것 같은 양상이다.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등 무상 시리즈까지 난무했다. 물론 법적으로 국민의 안녕과 복지는 국가의 책임으로 분명히 명시돼 있다.
그러나 예산과 재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복지정책과 지출은 우선순위가 고려되어야 한다. 즉, 선별적 복지 사업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많은 복지 전문가들은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수급권자에 대해 국가가 생계와 의료·주거 등을 보장하는 ‘공공부조’를 최우선 복지정책으로 꼽는다. 당장 전기요금조차 낼 수 없어 촛불을 켜고 살았던 이 노부부의 가족이 대표적인 예이다.

저소득 가정의 비극도 막지 못하고 요보호 아동들의 삶의 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한끼 식비가 겨우 1천200원 꼴인 현실에서 중산층까지 복지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식의 무상복지를 말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을 넘어 국민을 상대로 하는 사기에 가깝다.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전, 재정경제부 장관)는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재정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복지재정은 지속적인 증가와 폐지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결국 그리스와 같은 국가부도 사태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뒷감당은 우리 후손이 그 책임과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현재 전류제한기가 부착된 가구는 6천777가구에 이른다. 겨울이 오면 연탄 한 장이 아쉬운 저소득층을 위해 국가의 대책은 무엇이며 국민의 관심은 어떠한가? 나만 등 따스하고 배부르면 이웃이야 엄동설한에 얼어 죽어도 무관심한 것이 현대사회 아닌가? 이제 복지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사회이다. 국가의 책임이며 또한 국가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저소득측이 많다. 자립할 능력이 안 되는 요보호 대상자(수급권자)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의 복지정책과 예산은 존재하나 그 수준이 너무나 미약하고 사각지대 또한 많다. 이웃이 굶주림에 사경을 헤맨다 해도 알 수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부모에게서 버림 받은 시설의 아이들과 장애아동들이 한끼에 1천200원의 예산으로 밥을 먹는다면 먹기야 먹겠지만 과연 먹고 싶고 필요한 영양성분을 충분히 갖춘 음식을 먹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옷이야 입겠지만 1년에 한 아동의 옷값이 15만5천010원인데 요즘 아동들이 흔하게 입는다는 메이커 겨울 점퍼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옷 한 벌 갖춰 입기 어려운 예산이다. 이외 선별적 복지정책의 빈약한 예산지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늬만 있지 속이 빈 정책과 예산지원이 대부분인 이 나라가 선별적 복지도 제대로 시행 못하면서 보편적 복지라는 이데올로기를 무기삼아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글이 있다. 정치도, 이념도 좌와 우가 존재해야 균형을 잃지 않고 상호 견제하며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 또한 그러하다. 지금까지는 선별적 복지에 치우쳐 미래지향적으로 보편적 복지를 시행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균형이 문제다. 너무 보편적으로 일순간 기울여 버렸다. 이상적인 논리가 정치적 논리로 이용되면서 균형을 잃고 그 도가 지나쳐 이제는 사기에 가깝다. 이는 분명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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