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여러 가지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올해 소망은 무엇입니까? 흔한 결심이기는 하지만 금연도 있을 것이고 경제적인 충족, 가족의 건강, 취업, 진학 등 많을 것입니다. 제가 새해 벽두에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새해에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긍정의 언어를 써보면 어떨까요? 제가 맡고 있는 경인방송(FM 90.7 MHz)의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월~금 07:00~09:00)’는 아침 시사 정보 프로그램입니다. 매일 평균적으로 대여섯 개의 인터뷰가 소화됩니다. 어떤 분과의 인터뷰입니다.

앵커 :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출연자 A : 아닙니다. 절대로 아니지요. 저는 그 문제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출연자 B : 네…. 말씀하신 그 문제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겠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출연자 A와 B 모두 앵커의 질문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다만 표현방식에 차이가 날 뿐입니다. 시간이 넉넉지 않은 생방송 인터뷰이고 또 자기 주장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는 점에서 출연자 A의 화법이 시원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의 대화는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데는 출연자 B의 화법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지난 회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보다도 전달하는 방식(즉, 비언어적 요소)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0%나 됩니다. 그러니까 말하는 사람의 뜻은 100% 이해가 되더라도 말하는 방식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세기나 느낌은 천양지차가 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대화를 나눌 때 선호적 내용의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요청이나 제안에 ‘거절’보다는 ‘허락’,‘수용’의 답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호적인 대답은 즉각적이고 간결하게 나타나지만, 비 선호적인 대답을 해야 할 때는 즉각적으로 대답하지 못하고 더 복잡한 구조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심리적 부담감이 언어적 표현에 묻어나게 된다는 것이지요. 상대방과 척지겠다는 경우가 아니라면 직접적이고 또 단호하게 부정의 견해를 밝힐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하고 자칫 인간관계를 망가뜨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비 선호적인 대답(부정적인 견해)을 해야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전에 완충지대를 설정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테면 “그것도 일리는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테지만…”, “저는 그 방면에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같이 형식적인 동의 혹은 유연화 표현 등을 활용한다면 훨씬 더 부드럽게,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대화에는 대화 참가자들의 인격이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말하기의 연습은 인격의 수양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한 언어사회학자의 주장도 있습니다. 새해에는 배려의 언어를 써 보시면 어떨까요?
‘부주의한 말은 싸움을 붙이고, 잔인한 말은 인생을 망치고, 모진 말은 미움이 스며들게 하고, 난폭한 말은 찌르고 죽이며, 감사의 말은 장애를 제거하고, 즐거운 말은 하루를 밝게 하고, 때에 맞는 말은 고통을 줄여 주고, 사랑의 말은 상처를 치유하고 축복을 준다.-작자 미상’
오늘의 과제입니다. 우리 주변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화법을 지닌 사람을 찾아보고 배울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계사년에는 독자 여러분의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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