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기간 여야의 대표 복지공약인 무상보육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족으로 5월께 다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국회는 영유아보육비의 국고보조율을 높이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작년 11월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 법사위에서 4개월째 계류 중이다. 국회 법사위는 4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안건을 재심의할 예정이지만 여야 간 이견이 커 통과될지 미지수다.

3일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는 이르면 5월부터 가정양육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공문을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에 발송했다.

서초구는 공문에서 "현재 여건상 5월 이전에 가정양육수당 예산이 소진되는 긴박한 실정"이라며 "국고보조금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신속한 국비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0~5세 아동의 보육료ㆍ유아학비ㆍ양육수당 지급을 전 계층으로 확대해 '무상보육'을 실현하기로 한 것은 여야의 대표 대선공약이었다.

작년까지는 소득 상위 30% 가정의 3~4세 어린이의 경우 보육료가, 전 소득계층 중 3~5세 자녀와 차상위계층 이상(소득 상위 85%가량) 가정 0~2세 자녀에게는 양육수당이 각각 지원되지 않았다. 그러나 새 학기가 시작하는 이번 달부터는 모든 0~5세 아동에게 보육료ㆍ유아학비ㆍ양육수당이 지급된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새로 보육ㆍ양육비를 신청하는 사람이 약 187만명에 이르고, 올해 0~5세 319만명이 지원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지급대상이 급속히 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그 부담을 견딜 수 없다는 데 있다.

당장 중산층 밀집지역으로 지원대상이 많아 재정부족이 가장 심각한 서초구는 가정양육 지원대상이 올해 1만5천34명으로 당초 추산한 4천64명에 비해 3.7배 늘어나 다음달 중 예산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행 영유아보육료 국고 보조비율은 서울의 경우 국고 20% 대 지자체 80%다. 서울 자치구들은 지자체 보조분 중 절반을 내야 한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서초구는 재정부족이 가장 심각해 예산 소진이 가장 빠를 테고, 시 전체로도 하반기가 되면 무상보육료와 양육수당 지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가용재원의 44%를 보육에 투입해야 할 처지인 경기도도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 가운데 1천272억원을 편성하지 못했다.

이처럼 서울시와 경기도를 중심으로 무상보육 중단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국회처리는 늦어지고 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영유아보육비의 국고보조율을 서울의 경우 현행 20%에서 40%로, 지방의 경우 50%에서 70%로 각각 높이는 게 골자다.

지난달 20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법안의 취지나 내용에 대체로 찬성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가 법안을 심사하면서 국회법이 정한 예결특위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상의 하자가 있어 이를 해결한 뒤 법안을 통과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무상보육 중단이 가장 먼저 예견된 서초구가 지역구인 새누리당(서울 서초갑) 김회선 의원은 "올해는 영유아보육법 예산반영이 다 돼 있다"면서 우려와 달리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한 관계자는 "보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되면 지자체 부담이 1조7천억원 줄어들 것"이라며 "국비 지원 비율 확대, 나아가 전액 국비 지원만이 지자체의 재정파탄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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