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겨울이 물러가고,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나면서 슬슬 봄이 우리 곁에 찾아오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이 있습니다. 바로 ‘목소리의 온도’입니다. 상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이자 대화학의 권위자인 구현정 교수는 ‘목소리에도 온도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저도 이 시간에 관련된 말씀을 드린 적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원 아나운서! 나는 평소에 차가운 사람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사실 내 마음과 달리 말투가 차갑게 들려서인 것 같은데 혹시 말투를 온화하게 좀 바꿀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목소리 혹은 말투에 관해 온도에 빗댄 표현들이 꽤 많습니다.

 온화한 음성, 차가운 말투, 냉랭한 목소리, 따사로운 음성 등. 재미있지 않습니까? 목소리가 얼마만큼 차갑게 들리느냐 아니면 따뜻하게 들리느냐에 따라 스피치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도 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실 목소리는 말하는 사람의 언어적 요소, 즉 메시지보다 더 먼저 전달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언어적 요소보다 비언어적 요소가 대화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큰데(30:70) 비언어적 요소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목소리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스피치의 목적이라면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어떻게’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목소리와 말투입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말을 하더라도 차갑고 퉁명한 목소리와 말투로 전달한다면 당연히 진의가 왜곡되고 말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백화점에서 옷을 구입하려고 판매원과 대화하는 내용입니다.

손님 : 이 옷, 다른 색깔은 없나요?
판매원 : 없습니다. 이 색깔만 남아 있습니다.

이 대화에서 판매원의 대답을 따뜻한 어투로 말씀해 보십시오. 손님이 원하는 색깔의 옷을 주고 싶은데 아쉬워하는 것 같은 마음이 묻어나지요? 반면에 차갑게 말을 한다면 손님이 찾는 색깔은 없으니 사든지 말든지 알아서하라는 투로 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앞서 제게 문의한 내용(말투를 온화하게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에 대한 대답을 먼저 드린다면 ‘그렇다’입니다. 목소리와 말투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일,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미 여러분도 시행하고 계십니다. 스스럼없는 친구한테 온 전화인줄 알고 받았는데 알고 보니 시어머니의 전화일 때 전화 받는 목소리와 말투가 자연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흔히 집에서 내는 목소리와 밖에 나가 중요한 인물과 나눌 때 내는 목소리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아마 여러분도 다들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목소리를 훈련하실 때는 혼자 여러 가지 소리로 녹음해보다가 마음에 드는 목소리가 나오면 그걸 계속 연습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좋다고 생각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꾸 따라하다 보면 좋은 목소리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여성의 소리는 좀 높을 때 듣기 좋은 소리로 느끼고, 남성의 소리는 좀 낮고 깊을 때 좋은 소리라고 느낀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사람들은 높은 소리보다는 낮은 소리를 더 신뢰할 만한 소리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만약 소비자들이 항의전화를 했을 때도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응대를 하면 노여움이 금방 수그러든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목소리와 말투가 조금만 더 따뜻해진다면 우리 사는 세상도 조금은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 훈련을 통해 말투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드는 계획을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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