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작게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시작해 점차 학교·사회라는 거대한 환경속에서 살아간다.

치열한 생존환경 속에서 각자의 꿈을 위해 쉽게 갖기 어려운 전문적 직업을 선택하고, 사회적 기여를 통해 부(富)와 높은 사회적 지위 등을 누리며 행복한 생활을 하고자 한다.

시대마다 선호 직업들이 있었으나, IMF 외환위기 이후 많은 청년들이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그중 으뜸이 공무원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준비하다 보니 합격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 평생의 신분보장을 받으니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그런데, 올해 그 선호하던 직업인 공무원 3명이 자살했다. 1월 31일 용인에서 29살의 공무원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2월 26일 성남에서 결혼식을 석 달 앞두고, 이어 또다시 3월 19일 울산에서 30대 가장이며 8살 아이를 둔 아버지가 자살했다. 이들은 모두 사회복지직 공무원이다.

 또한 공무원이기 이전에 사회복지사이다. 사회복지사는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물적·인적 자원을 개발하고 전문적 상담 및 필요한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모든 사회에는 이러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고, 이를 악용하는 사람도 많다.

100조가 넘는 사회복지예산은 앞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늘어날 것이며, 서비스 대상층도 더욱 다양해지고 넓어질 것이다. 여기에 힘을 더 보태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보편적 복지를 향한 국민의 욕구에 부응하고자 더 많은 선심성 공약을 내세울 것이다.

 이처럼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따라서 도움의 손길은 더욱 필요로 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대한민국의 사회복지서비스는 거의 대부분 국민들이 낸 세금과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며 다양한 전달체계를 통해 주민센터 및 복지관 등 비영리기관에서 제공되고 있다.

정책에 반영된 사회복지서비스는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에도 인력 및 예산부족으로 인해 정부기관 및 다양한 사회복지기관에서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타직렬 비전문가들이 대신하는 예도 많다.

따라서 사회복지서비스의 수퍼바이저가 부족한 정부기관은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오랜 행정경험이 사회복지실천에 필요한 가치와 지식과 기술을 도와줄 수는 있어도 대신할 수는 없다.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공급자의 서비스는 본인의 생각과 지침대로만 제공하는 외형적인 복지로 이어져 향후 클라이언트(수혜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 업무는 일반 행정규제 및 통제 등의 기능과 달리 인간 중심의 복지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지원 및 사례관리 등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사회복지전문가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반면 최일선 주민서비스 기관인 주민센터에서는 사회복지사 1~2명이 공공부조, 장애연금, 노령연금, 활동보조·장기요양·아동 등과 같은 바우처 업무, 민원업무 등의 업무도 과중한 데다 인력의 증원없이 보육료 및 교육비 지원 등과 같은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행정업무가 매우 가중되었다.

흔히 말하는 ‘깔때기 행정’ 탓이다. 지난해 기준 16개 중앙부처 289개의 서비스가 주민센터로 내려와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사회복지직공무원을 깔때기 인생으로 만들어 버렸다.

복지시설이나 기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은 대인서비스라는 업무의 특성상 시간을 정해놓고 일하기가 어렵다. 다양한 기관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클라이언트의 시간에 맞추기 때문이다.

기관에 따라서 야간 상담이나 야간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 제공 후에도 이에 대한 기록·평가·실적 등의 행정업무는 야근이나 주말에 쉼 없이 처리해야 한다.

지도점검도 사회복지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 채 행정적인 부분만을 강조하고 잘못한 부분을 찾는 데 급급하다. 국민이 낸 세금이란다. 국민이 낸 세금이 아닌 게 어디 있겠는가? 행정기관의 수많은 지도 감독 및 서비스 클라이언트의 폭행·추행 등으로 사회복지사들은 인간적 모멸감과 과중한 행정업무에 치여 많은 이들이 이직을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한평생을 헌신하고자 했던 사회복지사들이 안타깝게도 우리의 곁을 떠났다.

 누가 그들을 죽음에까지 내몰았는가? 서비스대상에 대한 관심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음지에서 묵묵히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오랫동안 전문성을 키우며 복지국가를 향한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사회복지직공무원을 제외한 대다수 사회복지기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은 호봉과 경력도 인정받지 못한 채 초과근무수당·휴일근로수당도 없이 과다한 근로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일부 사회복지사들이 받는 종사자수당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5만 원이라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 않은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한다고 대학 이상의 전문교육을 받은 사회복지사들이 사회적으로 낮은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울산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유서처럼 이 땅의 사회복지사들에게 적어도 인간이기에, 하나의 인격체이기에 최소한의 존중과 대우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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