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역설
저자 필립 맥마이클. 교양인. 600쪽. 2만3천 원.

연평균 경제성장률 7~8%에 이르는 고성장 국가 인도에서 왜 5살 미만 어린이의 절반이 영양실조에 시달릴까? 또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으로 대표되는 빈곤층 소액대출사업이 악덕 사채업으로 변질되는 이유는? 2008년 이후 중국·인도·한국·일본·중동 국가들이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의 토지를 사들인 이유는 무엇인가?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현상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개발(development)’이다.

새 책 「거대한 역설」은 지난 수백 년간 세계를 움직여 온 정치·경제적 흐름을 ‘개발’이라는 관점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문명 비판서다. 미국 코넬대 교수로 국제 개발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 필립 맥마이클은 환경과 에너지 위기, 슬럼 확산과 식량 위기 등 현재 세계가 처한 전방위적 위기를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대안까지 모색했다.

여기서 그는 스스로 근대적 발전의 표준 국가가 된 미국, 전후 ‘개발 프로젝트’의 총아로 부상한 한국, ‘양말 도시’와 ‘넥타이 도시’를 거느린 ‘세계의 공장’ 중국, 라틴아메리카의 자원 민족주의를 선도하는 베네수엘라 등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개발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 준다.

특히 역사적으로 ‘개발’이 ‘통치를 위한 정치적 기획’으로 동원됐다는 데 주목,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 지배 프로젝트’부터 20세기 중반에 등장했던 ‘개발 프로젝트’, 해체기에 들어선 ‘지구화 프로젝트’ 등을 파헤친다. 이 중 지구화 프로젝트는 현재 인류가 처한 파국적 상황, 즉 ‘개발’과 ‘성장’ 담론이 지속 불가능해진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무시무시한 경고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금융·환경·식량 위기에 맞서 일어선 전 지구적 대항 운동과 기존의 개발 담론을 비판하는 대안 담론을 소개한다.

인도 히말라야 중앙지대에서 펼쳐진 ‘칩코 운동’ 같은 풀뿌리 환경저항 운동, 브라질의 무토지농업노동자운동(MST)이 대표하는 식량주권 운동,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봉기가 대표하는 세계주의 운동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대항 운동과 이론을 소개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각 운동의 맹점과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탁상공론이 아닌 실현 가능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변화’를 이루자는 것인데, 세상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개발 분야 역시 ‘좋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와 진단이 모두 다르다”며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개발, 그저 선의를 품고 실천하기만 하면 달성되는 개발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만큼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어떤 성격의 개발인지를 반드시 짚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학술용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와 다양한 사례 덕에 신자유주의 이후 지구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번역은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학자로 오랫동안 NGO와 개발의 문제를 연구해 온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가 맡았다.

 

   
 
오빠 손을 잡아
저자 NH센자이. 놀 출판. 332쪽 1만2천 원.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열두 살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족의 삶과 사랑, 여동생을 향한 오빠의 뜨거운 형제애가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한 난민이었던 남편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는 작가는 한 가족의 일상과 그들을 둘러싼 풍경들을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 이슬람문화에 대한 편견을 버릴 것을 호소한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저자 김종기. 은행나무. 267쪽. 1만2천 원.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저자가 지난 1995년 어린 아들의 죽음 이후 학교폭력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학교폭력을 없기 위해 깃발을 들고 가시밭길을 걸어온 시간들을 되돌아본 책이다.

 학교폭력이 학교·가정·학생이 모두 얽힌 지극히 구조적인 병폐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학교폭력의 끔찍한 악몽을 고발하는 동시에, 학교폭력의 위협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컬처 쇼크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 와이즈베리. 392쪽. 2만 원.

위대한 석학 25인이 말하는 사회·예술·권력·테크놀로지의 현재와 미래. 철학·미학·생물공학·인지과학·진화심리학·복잡계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석학들의 문화연구를 선보인다.

 다양한 관점에서 각각 논의돼 왔던 문화연구 지식의 핵심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문화 진화의 여러 단면들을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문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다.

 

   
 

소규모 작업실 인테리어
저자 김은진. 그리고책. 240쪽. 1만3천800원.

집보다 아늑하고 가고 싶은 일터, 마이 스윗 오피스. 나를 닮은, 세상에 하나뿐인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자신만의 작업실을 성공적으로 꾸려가고 있는 23인의 작업실을 공개해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 인테리어 팁을 전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그 일을 하는 데 최적화된 작업실을 마련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직접 꾸민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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