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의 절대적으로 중요한 목적은 바로 자신의 ‘의사 전달’입니다. 전달력을 높이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는 최소화하고 반대로 전달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요소는 최대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띄어 읽기(말하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진의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다음 예문을 보시기 바랍니다.
“A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B와 부딪혔습니다.”

이 문장에서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A일까요 아니면 B일까요? 정답은 어떻게 띄어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먼저 ‘A가 /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B와 부딪혔습니다’로 말했다면 중앙선을 넘어오던 차는 B가 되므로 A가 피해자가 됩니다.

반면 ‘A가 중앙선을 넘어 / 마주오던 B와 부딪혔습니다’라고 했다면 중앙선을 넘은 것은 A이므로 피해자는 B가 되는 것입니다. 띄어 읽기(말하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뉴스를 진행하다 보면 종종 경험합니다. 저는 아나운서로 생방송 프로그램 진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도 가끔 담당합니다. 여기 이런 뉴스가 있습니다.

“서울 모 경찰서는 술에 취해 근무 중인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A씨를 구속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뉴스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술에 취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술에 취해 / 근무 중인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면 당연히 A씨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린 것이 됩니만 ‘술에 취해 근무 중인 경찰관을(후략)’이라고 제대로 띄어 읽지 않았다면 듣는 사람은 술에 취한 사람을 경찰관이라고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뉴스 진행에 앞서 반드시 예독을 하고 기사 중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담당 기자에게 꼭 묻습니다.

이번에는 독자 여러분께서 직접 한 번 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부산 모 경찰서는 훔친 렌터카를 타고 다니다 밤늦게 귀가하는 A씨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B씨를 입건했습니다.”

훔친 렌터카를 타고 다닌 사람을 A로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B를 훔친 렌터카를 타고 다닌 사람으로 읽어 보십시오.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관건은 역시 띄어 읽기(말하기)에 있습니다.

‘훔친 렌터카를 타고 다니다’ 와 ‘밤늦게 귀가하는’ 사이를 띄우느냐 붙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나타납니다.

이런 상황을 일컬어 국어에서는 ‘문장의 중의성’이라고 합니다. 글로 쓸 때에는 쉼표를 찍거나 단어의 순서를 바꾸어 해소할 수 있습니다만 말하기에서는 띄어 읽기를 통해 중의성을 없애야 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다음의 예문을 보고 어떻게 띄어 읽으면 뜻이 달라지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철수와 영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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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기범 아나운서의 ‘세·바·스·찬’은 ‘세상을 바꾸는 스피치 찬스’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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