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TV 방송사의 프로그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을 탐방하는 해외 르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르포란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의 현지탐방보도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데 프랑스어 르포르타주(REPORTAGE)가 본말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이 귀에 좀 거슬리더군요. “역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지 멀리 멕시코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개척정신으로 똘똘 뭉쳐 머나먼 이국에서의 성공을 기대하며 오늘도 땀 흘리고 있는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어떻습니까? 이해가 쉽습니까? 이 내용을 글로 읽는 것이 아닌 귀로 듣는 것이었다면 한 번에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방송은 기본적으로 활자 매체와 달라 한 번에 들을 때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하고 간결하면서도 쉬운 말을 사용해야 합니다. 문장의 구조도 중문·복문이 아니라 단문을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신문이나 잡지 같은 인쇄 매체는 혹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다시 세세히 읽어보면 되지만 방송은 그 특성상 한 번 지나가면 그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위의 내용을 알아듣기 쉽게 고친다면 어떻게 될까요? “① 역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가 봅니다. ② 멀리 멕시코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우리 젋은이들이 있습니다. ③ 이들은 개척정신으로 똘똘 뭉쳐 이국에서의 성공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땀흘리며 일하고 있습니다. ④ 그 현장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자, 이렇게 적어도 4개의 문장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앞의 문장보다는 훨씬 더 간결하고 전달력도 높아졌습니다.

이렇게 길고 복잡한 하나의 문장을 반드시 짧게 여러 개로 나누어야 하는 것이 또 있습니다.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다 적용되겠지만 특별히 뉴스에서 쉽게 찾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뉴스의 속성상 사실을 취대한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문의 뉴스 기사와 방송 뉴스 기사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방송도 TV냐 라디오냐에 따라 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TV에는 그나마 자막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음성으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자막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디오는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라디오는 TV와는 달리 다른 일을 하면서 청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전달력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라디오 아나운서들은 발음·속도·띄어읽기·쉬운 말·간결한 구조 등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스피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말이나 미사여구를 많이 쓴다고 결코 좋은 스피치가 아닙니다. 청자(듣는 사람) 위주로, 이해하기 쉽게 말을 해야 전달도 잘 되고 또 좋은 이미지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이해하기 어렵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영국의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의 명연설을 잘 아실 것입니다. 어느 대학의 학위 수여식에서 그는 이렇게 연설했습니다. “여러분, 포기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졸업생과 청중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습니다. 전쟁 중인 상황에서 영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처칠은 매우 간결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합니다. 복잡하고 긴 문장을 쉬우면서도 간결한 문장 여러 개로 전달하는 것이 스피치에서는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인쇄 매체의 글을 자유롭게 선택해 스피치용 문장으로 간결하게, 쉽게 바꾸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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