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성도 인천시아동복지협회장

 최근 정부가 아동·노인시설 내 학대 문제를 전체 돌봄 시설 문제로 보고 학대근절대책반을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시설 내 상주 인력을 두고 학대를 감시하고 학대 신고포상금도 1천만 원까지 늘린다고 한다.

지난 1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돌봄 시설 인권보호 및 학대 근절대책’에 따르면 20일부터 복지부 내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한 ‘돌봄 시설 학대 근절 대책반’이 운영된다.

 대책반은 전국 어린이집·아동복지시설·노인요양시설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실시하게 된다. 이를 위해 시·도별 경찰·지자체 공무원, 아동·노인 학대전담기관 인력이 모인 특별조사반도 꾸려질 예정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시설 내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아동·노인시설에 각각 시설 안전지킴이와 시설옴부즈맨이 시범 배치된다. 시설 안전지킴이는 지역 내 아동위원과 지역봉사지도원, 노인일자리와 연계해 소정의 학대예방교육을 이수한 후 어린이집과 아동양육시설을 감시토록 할 예정이다.

 지역 내 인권활동가로 구성된 옴부즈맨에게는 시설 출입권과 시정요구 등의 권한이 부여된다. 또 내년부터 모든 돌봄 시설에 신고 포상금제와 모니터링단, 정보공시제가 도입된다.

현재 어린이집에만 도입된 신고 포상금제를 전 돌봄 시설로 확대하고, 포상금 액수도 현행 300만 원 수준에서 1천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범죄경력 조회를 실시하는 한편 학대범죄자의 돌봄 시설 재취업 10년간 금지, 명단공표제 등을 연내 법제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피해자 전용 보호시설(쉼터)을 확충하고 심리·정서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도록 국가(지자체)가 우선 보상하고 가해자에게 구상 권을 행사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돌봄 시설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나왔다. 돌봄 시설 내 시간제 보조 인력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근무방식을 3교대로 변경하는 방안과 연계, 장기적으로 시설 인력배치 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노인요양시설 종사자 배치기준은 입소 노인 2.5명 당 1명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 요양보호사 1명이 노인 7~8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2015년부터 돌봄 시설에 대한 진입·퇴출 기준을 정비해 부실 시설의 퇴출을 촉진할 방침이다. 신규 시설은 운영자의 경영 능력, 시설 운영 계획 등을 평가해 신규 진입을 허가하는 한편 기존 시설은 최소 서비스 평가기준(MSB)을 마련하고 서비스 질과 재정지원을 연계, 부실 기관의 퇴출을 이끌 계획이다.

특히 어린이집 평가 인증의 경우 학대 등을 저지른 위법시설은 평가인증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평가 인증 어린이집도 오는 9월부터 평가 세부내역을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복지부의 학대근절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고의적인 학대는 강한 법적 처벌을 통해 재발을 엄격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는 개인의 책임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앞에 언급된 보육시설·아동복지시설·노인복지시설의 근로자들은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이라는 살인적인 근무시간에 지쳐간다. 주 40시간-일일 8시간 근로조건은 다른 나라 얘기만 같다.

 복지시설은 적절한 급여(유사 학력에 유사직종과 비교한 적절한 급여수준)는 둘째 치고 21세기인 지금 OECD국가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12시간 교대근무제에 그에 합당하는 시간외 수당과 야간수당, 휴일근로 수당인 법정 수당조차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인천시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인건비 가이드라인(급여봉급표)과 인천시의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비교하면 직급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연봉 700만 원에서 800만 원까지 차이가 발생해 인근 타 시·도로 이직해 가는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인권의 향상으로 책임과 의무보다는 개인의 무분별한 권리 주장으로 시설 근로자들의 인권은 무시당하고 있으며 오히려 근로자들이 학대를 당하는 경우도 발생되고 있으나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실정이다.

다행히도 인력 재배치를 검토한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지만 돌봄 대상자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가 이뤄지려면 근로자 대비 대상자의 수를 줄여 인권이 보호되고 개별 욕구에 부합하는 세심한 서비스가 가능하리라 본다. 국가의 책무인 복지서비스를 대행하는 민간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국가의 책임은 자유로울 수 없으며 책임 또한 면할 수 없다.

 갑(甲)인 국가가 을(乙)인 시설과 근로자들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죄인 취급하는 갑·을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으로 이러한 시설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국가의 책무를 함께 하는 동반자 관계에서 학대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자리 없이 일방적으로 갑의 입장에서 을을 관리 감독하고 감시하겠다는 사고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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