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가톨릭 신자들의 고해성사를 분석한 교황청의 보고서에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가톨릭에서 규정하고 있는 7대 죄악 중 남자가 가장 많이 저지르는 죄는 정욕이며 그 다음이 탐식·나태·분노·교만·시기·탐욕 순이고, 여자는 교만의 죄를 가장 많이 저지르고 뒤이어 시기·분노·정욕·탐식·탐욕·나태 순이라 한다.

교황청 고위 성직자인 신학자 보이치에흐 기에르티흐는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각기 다른 죄를 짓는다.’고 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청와대 대변인의 처신은 보통사람이 이해하기엔 민망했다.

학식이나 직위가 인품을 가르는 기준이 아님은 분명하다.

사회지도층에게 요구하는 보통사람들의 도덕적 잣대는 직위를 부여받은 그분들에 대한 일종의 예의였다.

격을 높여 바라봐 준 국민들은 우롱당한 기분이고 언짢은 마음이 싶게 풀리지 않는다.

남자가 지도급 인사가 되어 세상에서 위신을 세우려면 경계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을 테지만 그중에서도 분별없는 정욕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인 천박이라 동정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의 국격을 말아 드신 청와대 대변인의 사건으로 세상이 뒤숭숭한 중에도 지도급 인사들의 성희롱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걸 보면 요즘 유행어로 멘붕이 온다.

사람이 생을 사는데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다. 충동적 쾌락을 위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을 희롱하는 짓은 비겁의 극치다.

당한 여성이 당신 부인이나 딸이었다면 반응이 어떠했을까, 파렴치한 가해 남성들의 표정이 궁금해진다.

윤모 씨 사건이 발생한 지 꽤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속이 뒤집어지는 것은 가까운 지인의 비명을 봤기 때문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성추행을 당한 자신이 싫어 모멸과 자괴감으로 힘들어 하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여성이었는데 네 탓이라 몰아붙이는 가해자와 주변 인사들은, 들쑤셔봐야 여자만 손해다.

쉬쉬 조용히 덮고 가는 편이 네 신상에 이롭다. 색기가 있으니 찝쩍댔지 조신했으면 그런 일이 있었겠냐. 오히려 상대 남자는 큰소리치는데 자존감이 짓이겨진 피해 여성은 대인기피증에 공황장애까지 와 긴 세월 힘들어했다.

고해성사를 하는 남성들이 가장 많이 저지른 죄악이 정욕이라면 용서를 구하는 죄 역시 정욕이 으뜸일 텐데 사제는 신의 이름으로 그 죄를 쉽게 용서해줘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든다.

그분의 높으신 뜻을 이해하기에는 내 세속적 내공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쾌락 우선인 남자들과 달리 여자는 교만으로 저지르는 죄가 가장 많다고 한다.

교황청에서 분석한 보고서라 권위가 있어서인지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교만은 우월의 입장에서 상대를 열등하게 보고 비하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 세대 전만 해도 여성의 위치는 남자의 사회적 위치에 공으로 얹힌 신분이었다.

아버지나 남편을 위시한 집안의 남성들이 앉은 자리가 곧 이 집안 여자들의 지위이기도 해 낮은 신분을 대놓고 업신여기는 일이 많았다.

이것도 남성우월주의 문화의 병폐라는 생각이 든다.

유독 남성에게는 친절하고 동성인 여자에게는 까다로운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이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니다.

힘을 가진 쪽에 좋은 이미지로 강인되어야 사는데 수월하고 득이 있다는 체화된 경험이 DNA에 저장되어 후대로 전해지는 것인지. 사실이라면 일그러진 이기적 유전형질이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 어쩔 수 없다 해도 찜찜한 변명이고 자기합리화다.

같은 사안인데도 남자보다 더 몹쓸 모욕감으로 상대방을 고문하는 여자들이 있다 보니 공감 가는 보고서 내용이다.

종교는 사람의 삶에 순기능을 담당하는 최상의 정신세계다.

절대자 앞에서 불안전한 자신의 영혼을 정화시키고 싶은 인간은 잘못을 뉘우치고 맹세를 하고 누구를 용서하며 마음을 내려놓는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숨겨둔 죄를 꺼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고해의 시간은 순진한 영혼으로 돌아가고 싶은 갈망을 해갈시켜주는 시간일 수 있다.

잘못된 손이 나를 잡아끌어도 나를 선한 인성으로 인도할 수 있는 동력을 키우는 시간이 고해성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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