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펠트=연합】월드컵 4강 신화를 창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고향마을에서 신명나는 사물놀이 잔치가 벌어졌다.
 
월드컵 경기 때 `붉은 악마'와 함께 한국대표팀의 응원을 주도했던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지난 25일 오후 9시(현지시간) 네덜란드 파사펠트(Varsseveld) 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파사펠트 시민들은 물론 인근 도시 주민들과 한국 교민 등 1천여명이 모인 이날 공연은 인구 2만여명에 불과한 작은 전원도시를 잔치 분위기로 술렁이게 했으며, 이곳을 다시 한 번 월드컵 열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네덜란드 국영방송 1-2 채널과 오락방송 SBS 등 현지 매스컴의 취재 열기도 히딩크 고향마을에서 불고 있는 `한국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가늠하게 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이날 비나리를 시작으로 설장고, 사물놀이, 판굿 등 1시간 30여분 가량 신들린 듯한 연주를 펼쳐 이곳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공연이 열리기 전부터 파사펠트의 거리는 태극기 물결로 넘쳤고, 가게 유리창에 써붙인 “파사펠트는 한국을 환영합니다”, “파사펠트는 히딩크의 고향입니다”, “거스 히딩크 즐겨 찾는 중국 레스토랑” 등 한글문구와 안내문, 관광객들이 남긴 낙서 등은 마치 한국의 어느 소도시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이 공연을 진행한 파사벨트시의 대외협력관 빔 마트만(48)씨는 “이런 공연은 처음이다.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이처럼 뛰어난 연주실력을 가진 줄 미처 몰랐다. 한마디로 놀랍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네덜란드 남쪽지방 브라만트에서 한국인 친구를 따라 공연을 구경온 사업가 페이터 스탐스(34)씨는 “네 명이 합주한 설장고 공연을 보며 넋을 잃었다. 연주자들의 손놀림은 신들린 듯했고, 인디언들의 신비로운 음악을 상상하게 했다. 그 동안 몰랐던 한국문화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북쪽지방 캄펜에서 온 교민 정현숙(39)씨는 “월드컵 때 붉은 악마가 펼친 응원의 감동을 떠올리며 가족과 이곳을 처음 찾았다”면서 “이곳 사람들이 붉은 악마의 열정적이면서도 수준 높은 응원문화를 높이 평가할 때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한국의 농수산물 유통공사와 파사펠트시가 함께 마련한 `네덜란드-한국 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열렸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25~28일 파사펠트시에서 `2002 한국식품 전시홍보전'을 열어 김치, 인삼제품, 배, 사과, 면류, 버섯제품, 맛김, 음료류 등 30개 품목의 한국식품을 전시하고 있다.
 
공연에 앞서 오후 7시부터 `네덜란드-한국 주간' 개막행사와 네덜란드 한인협회와 파사펠트시가 공동으로 주관한 전통의상 패션쇼, 양국의 전통춤 공연 등이 열렸다. 한국식품 전시관 앞에서는 시식회를 비롯해 투호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민속놀이가 펼쳐지기도 했다.
 
26일부터는 `히딩크 기념관' 개관식, 양국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판매, 한국교민과 파사펠트팀간의 아마추어 축구시합 등이 열린다.
 
파사펠트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동쪽으로 180여km 떨어진 독일 국경지역에 있으며, 히딩크의 생가가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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