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죽음,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 혼자인 고독사는 우리 사회의 쓸쓸한 풍경이다.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현실이지만 1년에 1천여 명이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젊은 층도 있지만 대체로 고독사는 노인이 많다.

개인 성향이 강한 일본에서는 1년에 3만여 명의 노인이 고독사로 생을 마친다 하니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 두렵다.

살아온 길이 빛이 났든 흠집투성이든 생을 마무리하는 자리는 존엄해야 한다. 가족이나 지인과 멀어져 홀로 생을 마감하고 1주일 후 혹은 더 심하면 몇 달이 지난 다음에 발견된 기사를 볼 때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시골 외딴집에 혼자 사셨던 지인의 친정아버지 경우가 그랬기 때문이다. 한참 세월이 흘렸는데도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죽음에 자책하며 괴로워하던 지인은 남편과 애들 관계까지 안 좋아지면서 한동안 술로 위안을 삼았다.

남편 하는 일이 힘들어지자 가부장적인 남편은 출가외인이라며 압박해 친정아버지 찾아뵙는 일이 눈치보였고 가정경제 상황까지 어려워져 물질적인 도움을 못 드리다 보니 찾아뵙는 횟수도 줄어들고 마음속에는 원망이 쌓여 가난한 친정이 서러웠고 무능한 아버지가 미웠고 인정머리 없는 남편이 야속했다 한다.

삼복더위에 돌아가신 지 며칠이 지나 발견된 친정아버지 시신은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장례도우미 분이 말려 열린 방문으로 흘깃 본 모습이 끔찍했다며 진저리를 쳤다.

 한동안 아버지 시신을 본 충격으로 가슴이 아려 숨을 쉬기가 힘든 고통이었다 했다. 지금은 옛일이 되어버렸지만 사업 잘 풀려 근사한 봉분으로 생색내는 남편 꼴도 얄밉고 초라한 노인이었던 외할아버지를 불편해하는 자식들도 밉상이고 마음 둘 곳이 없어 혼자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술이 술을 불러 뒷감당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한다.

지인은 늘 강조하고 강조한다. 노년에는 돈이 효자다. 남편도 필요 없고 자식한테도 돈 없으면 설움 받는다. 우리 아버지가 교훈이다. 노인네가 혼자 죽음 앞에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돈 없고 친구 없고 지병에 성격까지 무뚝뚝했으니 누가 좋아했겠어.

우리 아버지처럼 평생 정신도 물질도 궁상으로 살고 싶지 않다. 지인은 노후를 위한 준비를 잘 해야 장수시대인 우리의 노년이 행복해진다며 수시로 열띤 설교를 했다.

다 맞는 말인 것 같다. ‘호모 헌드레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수명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UN에서 노인이라고 분류하는 나이가 65세인데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노인 인구뿐 아니라 홀몸노인의 수도 증가추세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다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한다.

전체인구 중 65세가 넘는 고령자의 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사회는 이미 2000년에 도달했고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은 2019년으로 예상되고 노인인구 비율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는 2026년이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엄청난 속도다.

사회가 늙어 가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노동력 감소로 생산성이 저하되어 투자가 줄어들고 노인 복지비가 늘어나 국가재정의 압박도 심각해지고 비용을 대야하는 젊은 세대와 갈등도 생긴다. 이런 사회적 국가적 문제는 제쳐두더라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려면 지인의 충고대로 우리 스스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늙으면 돈이 효자라고 하는 지인의 말도 일리는 있지만 다는 아니다. 외로움은 암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늙어서 외롭지 않게 살려면 준비해야 할 거리가 많다. 과거보다 노인을 공경하고 모시는 풍조가 점점 옅어지는 상황에서 돌봄을 받으려고 하다보면 서로가 힘들다.

나도 내 노년을 생각해 볼 나이라 행복한 노년을 위한 준비에 관심이 생긴다. 노년을 즐기며 살아가는 방법을 몸에 익혀 100세 시대를 준비해 가야겠다. 운동·영양·관계·배움·참여 5가지를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필수조건이라고 한 장수 연구 박사의 말이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는다.

적당하게 몸을 움직이고 노동도 하면 자연스레 운동이 되고, 담백한 음식으로 영양의 균형을 맞춰주고, 배우자와 자녀뿐만 아니라 이웃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잘 지내고, 끊임없이 배우며 머리를 쓰고, 남을 위한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나누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비법이라 한다.

 삶의 품격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 건강한 장수일 것이다. 노년에 맞이하는 죽음도 품격있게 마무리되어야 자기 삶에 대한 예우가 되겠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