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는 오프닝 멘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진행하고 있는 경인방송 (FM 90.7 MHz)의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월~금 07:00~09:00)’는 시사정보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방송 시점의 국내외 가장 이슈가 되는 일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프로그램 자체의 시각이나 논점을 오프닝 멘트를 통해 개괄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두 시간 동안 방송될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기능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프로그램 PD, 작가 등 제작진은 오프닝 멘트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음악 등 기타 장르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이들은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혼(製作魂)이 담겨 있는 것이 바로 ‘오프닝’이라고 까지 표현합니다.

비단 방송에서만이 아닙니다. 대화를 시작할 때에도, 대중 연설(스피치)에서도, 회의를 할 때에도, 사회를 볼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오프닝 멘트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제가 모 대학교 축제에 사회를 맡았을 때 일입니다. 사실 축제에 가기 전부터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느 행사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축제의 현장에서 어떤 말로 시작 하느냐에 따라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프닝 멘트를 기가 막히게 잘 해 청중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면 그 행사는 이미 반쯤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심사숙고 끝에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A대학교 학생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저도 A대학교에 들어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3 때 담임선생님께 A대학교에 원서를 써달라고 그랬더니, 담임선생님 말씀이 ‘네 실력으로는 A대학교에 못 가니까 B대학교 (A대와 강력한 라이벌 학교)에 가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담임선생님께 ‘선생님! A대학교에 못 가 B대학교에 가느니 차라리 C대학교에 가겠다’고 말씀드렸고 결국 저는 C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이렇게 오프닝 멘트가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 모인 수 천 명의 학생들이 뛸 듯이 기뻐하더군요. 우레 같은 박수소리에 환호성까지…. 그야말로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국내 사학 최고의 라이벌인 양 대학교의 관계를 잘 활용해 자존심을 높여준 결과였습니다. 이후의 행사 진행은 어땠을까요? 상상하시는 것처럼 말 그대로 순풍에 돛 단 듯이 시종일관 대단히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그 이후 저는 몇년째 사회자로 초빙받고 있습니다.

이계진 전 국회의원의 이야기입니다. 아나운서 시절 한국 최고의 디바 패티 김과의 1시간짜리 대담프로그램을 맡게 되었는데 워낙 거물 연예인이었던지라 은근히 부담이 되었던가 봅니다.

제작진이 넘겨준 질문지를 보니 너무 평이한 것이어서 첫 질문이라도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도 짐작하시겠지만 1시간 대담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즉, 첫 질문을 잘 해야 프로그램 목적에 맞게 이야기가 잘 풀려갑니다. 이계진 아나운서가 택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따님 OO은 잘 지내지요?” 그러자 패티 김은 놀라움의 미소를 지으며 “어머, OO이를 어떻게 아세요? 물론 잘 지내지요. 요즘은 이것 저것 얼마나 예쁜 짓을 많이 하는지 몰라요. (후략)” 그녀가 딸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것을 잊지 않고 있다 던진 첫 질문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어땠을까요? 톱스타의 인간적인 면을 여실히 드러낸 매우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크든 작든 스피치의 현장에서 첫 멘트를 어떻게 하느냐, 첫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가 참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어떤 분들인지, 왜 모인 건지, 현재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잘 활용해 현장에 임한다면 틀림없이 물 흐르듯 원만한 분위기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더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몸담고 있는 직장이나 모임을 가정해 1분 내외의 오프닝 멘트를 준비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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