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왕이 수도 개경에서 부수도인 남경(南京. 지금의 서울)을 오갈 때 머물던 ‘왕립호텔’ 격인 파주 혜음원(惠蔭院) 터가 왕궁 못지 않은 큰 규모였던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혜음원 터 북쪽에서 전체 규모와 건축물 성격이 왕궁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담장 바닥시설이 공식 확인됐다.

19일 파주시에 따르면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한백문화재연구원에 광탄면 용미리 234-1번지 일원의 혜음원 터에 대한 유적정비를 의뢰하고 그동안 8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3월 11일 열린 제8차 발굴조사에서 혜음원 터 북쪽 외곽 담장 바닥시설 72m 구간을 확인했고 이 담장은 혜음원 터에서 확인한 건물터 중 가장 북쪽에서 확인된 건물의 안쪽 담장 뒷문에서부터 북쪽으로 28m가량 떨어진 곳에서 동서 축을 이루고 있다.
너비는 160~180㎝, 현재 남은 높이는 10~60㎝, 바닥을 다짐한 석축은 1~단 정도가 드러났다.

현장에서 전문가들은 이 담장이 북동쪽에서 뻗어내리는 능선 말단 기슭에 만들어진 사실도 공식 확인했다.

또한 담장 안쪽과 바깥쪽에는 1.6~4.2m 너비로 기와를 이용해 한두 차례 바닥을 다진 것으로 밝혀졌다.

한백문화재연구원 서영일 원장은 “첫 발굴조사 이후 5차부터 이번 8차 조사에 이르기까지 혜음원 터 전체를 빙 두른 외곽 담장은 둘레 600m 안팎으로 확인됐다”며 “하지만 유실 구간을 합치면 기존 전체 담장은 700~800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아가 담장 전 구간에 걸쳐 그 기저부에서는 기와를 이용한 보강시설을 확인했고 이 담장 인근에서는 혜음원 서쪽을 지나는 작은 하천으로 물을 빼내기 위한 배수시설도 밝혀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계에서는 혜음원 터에서 이번에 확인된 담장 규모나 기존에 조사한 건물터의 규모 및 기와를 비롯, 사용한 건축자재를 살펴볼 때 고려시대 혜음원이 임금이 바깥 행차할 때 숙박 등에 이용하는 행궁(行宮)의 일종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견하고 있어 앞으로 파주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적지로 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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