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입니다. 젊었을 때부터 열정을 가지고 해왔던 일이다보니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고 과분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외부에서 강의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남들 앞에 선다는 것이 참 어렵더군요.

저희 회사 직원들 앞에서는 술술 이야기가 잘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들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고, 듣는 사람들 눈도 못 쳐다보겠고, 진땀을 흘리게 되어 결국에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강의를 끝내는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칼럼을 읽게 되었습니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고 일단 표정과 시선처리라도 바꾸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려다보니 정말로 마음에 여유가 생기더군요. 그리고 옛날 같으면 강의할 때 먼 산만 바라보았을 텐데 참석자들과 눈도 마주치고 하다 보니 한결 편하게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략)”

제게 메일을 보내주신 어느 독자의 사연입니다. 많이 부족한 칼럼인데도 읽어주시고 실천하신다니 제가 더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러 스피치의 현장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요령 몇 가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표(표정)! 시(시선처리)! 제(제스처)! 목(목소리)!’입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사연의 주인공처럼 여러분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표정과 시선처리에 대해서는 지난 시간에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제!’는 제스처(gesture)를 말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제스처는 ‘말의 효과를 더하기 위해 하는 몸짓이나 손짓’을 의미합니다.

얼마 전 이탈리아에 출장을 다녀온 동료가 재미있는 말을 하더군요. 그 나라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제스처가 워낙 크고 또 자주 사용한다는 겁니다. 때로는 말보다도 손동작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을 쓸 수 없는 경우, 이를테면 팔에 깁스를 했다든가 아니면 수갑을 찼다든가 하면 제스처를 할 수 없어 말을 못 한다고 하는군요. 물론 조금 과장된 측면도 있겠습니다만 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제스처를 꽤나 적극적으로 사용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생각을 해 본다면 깁스(Gips)라는 말은 독일어로 ‘석고’를 뜻합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의해 ‘깁스’가 맞습니다. ‘기브스’라고 쓰시면 안 됩니다. 제스처에도 요령이 있습니다.

일단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지나치게 많이 사용할 경우 오히려 스피치에 방해가 되어 청중들이 내용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제스처에 더 관심을 쏟게 됩니다.

이 시간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만 메시지 자체의 언어적 요소보다 제스처·표정·눈빛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메시지 전달에 끼치는 영향이 두 배 이상 크기 때문에 제스처를 잘 활용한다면 스피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상당히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사용하면 좋지 않은 제스처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공감하실 것입니다. 말할 때 머리를 긁적인다든지 코나 입에 자꾸 손이 간다면 주위가 산만하게 느껴지고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왠지 자신감 없이 말하는 것처럼 들릴 것입니다.

그 밖에도 ‘테이블 두드리기’ ‘마이크를 지나치게 꽉 잡거나 노래방 마이크처럼 잡기’ ‘뒷짐지기’ ‘팔짱끼기’ ‘다리떨기’ 등은 꼭 피해야 합니다. 테이블을 두드리면 화가 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뒷짐을 지거나 팔짱을 끼는 것은 청중들에게 거만하게 보여 거부감을 주기 십상입니다.

 ‘팔짱끼기’는 청자(聽者)의 입장에서도 꼭 피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나는 네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 듣고 싶지도 않아. 거절할거야.”라는 메시지가 그 제스처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청중들은 말하는 사람의 제스처 습관을 잘 알게 되는데 반해 정작 말하는 사람 본인은 자신의 버릇을 전혀 인지하지 못 하고 있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여러분은 말할 때 어떤 버릇이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라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꼭 기억해 두십시오. 적당한 제스처는 스피치의 양념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표정, 시선처리, 제스처에 신경쓰시면서 자유 주제로 3분 스피치를 지인들 앞에서 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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