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7월, 동족상잔의 비극은 잠시 멈췄지만 전쟁의 흔적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다. 흡사 한반도의 허리를 졸라맨 벨트와도 같은 DMZ(비무장지대)가 바로 그것이다.

   
 

경기도 파주시 정동리부터 강원도 고성군 명호리까지 총길이 248㎞, 면적 907㎢로 적지 않은 규모인 이곳은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의 남북방 각 2㎞ 이내 구역이 완충지대로 정해졌고 군사적 긴장감 속에 60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통제된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는 기러기·두루미와 같은 철새, 고라니·노루 등 야생동물, 그리고 수생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의 보고(寶庫)로 남게 되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2009년 유네스코의 조사 결과 이곳에는 재두루미·독수리·고라니·산양·용굿나물 등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67종의 동식물과 희귀 동식물 146종을 포함해 2천716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103㎞에 걸쳐 DMZ와 맞닿아 있는 경기도는 정전 60주년을 맞아 ‘DMZ 60년, 이제는 생명이다(DMZ 60th year Now is lif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쟁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분단의 불행한 역사와 안보 현실·지역의 문화체험 ▶단순하고 일회성 짙은 안보관광에서 생명과 자연이 숨쉬는 소통과 화해의 기회 제공 ▶평화가 공존하는 미래의 세계적인 유산으로 DMZ가 자리매김하기 위한 사업과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안보·역사·문화체험 공간으로서 DMZ
DMZ는 동족상쟁과 분단의 결과물이다. 도는 아픔을 체험하고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며 전 국민에게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기 위한 갖가지 행사를 운영 또는 계획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에는 도의 정전 60년 기념 첫 행사로 ‘Tour de DMZ 자전거대회’가 열렸다. 2천여 명이 참가한 이 대회는 연천에서 임진각 평화누리까지 72.7㎞를 6·25참전국의 국기와 UN기를 배낭에 꽂고 달리는 장관을 연출했다.

 특히 ‘장애인-비장애인’, ‘한국군-미국군’, ‘북한이탈주민’, ‘참전국 대사관 직원’들이 분단의 현장인 DMZ 일원을 함께 달려 계층과 세대,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어 소통과 화합으로 가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오는 8월에는 3박 4일간 ‘평화누리길 청소년 탐험대’가 평화누리길을 중심으로 DMZ 일원의 역사·문화를 탐방하고 군부대에서 병영체험을 하는 시간을 갖고, 10월 중에는 평화누리길 걷기대회와 정전 60년 기념 마라톤대회가 열리게 된다.

또 지난 6월 시작된 임진각 및 서부DMZ 일원의 안보, 생태, 역사·문화자원을 어린이, 청소년, 일반인 및 언론인 등 다양한 계층별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나는 DMZ로 간다’ 팸투어가 11일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 접경지역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민족 분단의 역사, 평화와 생명, 소통과 화해가 숨쉬는 공간으로 재탄생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생명과 자연이 숨쉬는 DMZ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60년 동안 DMZ의 생태계는 완벽하게 복원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2007년부터 파주·연천지역의 중서부 DMZ에 서식하는 곤충자원 탐색사업을 추진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식물 2급 곤충인 붉은점모시나비, 쌍꼬리부전나비,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꼬마잠자리와 함께 환경지표 곤충으로 잘 알려진 늦반딧불이도 발견했다.

도는 DMZ의 환경보전을 위해 유네스코에 2011년 세계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독일 자연보전청(BfN)과 교류협력을 통해 DMZ 보전 업무협약을 체결, 공동 워크숍을 개최했다.

또 DMZ의 자연생태 경관을 활용하기 위해 임진각에서 임진나루 일원에 2009년 1월부터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내년 12월 완공 예정인 평화생태공원에는 ▶DMZ 종합지원센터 ▶생명의 다리 ▶에코 뮤지엄거리 ▶생태탐방로가 들어서게 된다.

특히 생태탐방로는 2019년까지 생태역사 체험코스(임진각~의주로~허준묘~덕진산성~초평도~장단반도)와 임진강변 체험코스(임진각~초평도~전진교~리비교~고랑포~두지리 황포돛배) 등 2개로 나눠 생태자원 정비, 생태관광 프로그램, 콘텐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외에 야생동물 먹이 주기, 외래식물 제거 등 봉사활동과 연계한 DMZ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올해 운영 중이며 2020년까지 한반도 생태평화벨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평화가 공존하는 세계 유산으로서 DMZ
경기도는 역사와 평화가 공존하는 세계 속의 DMZ를 만든다는 비전 아래 기반시설 개선사업으로 임진각·평화누리 통합개발을 추진한다.

   
 

임진각 관광지를 평화누리 일원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주변의 캠프 그리브스, 도라전망대, 평화생태공원 등을 연계하는 장기 계획과 숙박·야영시설, 문화전시시설, 편의시설 등 관광수요 창출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안보체험시설인 도라전망대의 수용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전망대를 신축 이전하게 된다.

DMZ를 분단의 산물에서 생태자원과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제교류를 통한 위상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23일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김문수 도지사와 독일, 북한전문가 등 국내외 석학 400여 명이 참석하는 DMZ 국제심포지엄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한반도의 공존·공영, 남북 화해협력 방안, DMZ 평화적 이용에 관한 주제로 토크콘서트가 펼쳐져 대중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중문화 행사를 통한 DMZ 알리기도 다채롭게 준비됐다. 27일과 8월 3일에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각각 천지진동 페스티벌과 DMZ 평화기원 국제콘서트가 펼쳐진다.

천지진동 페스티벌은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중심으로 유쾌한 평화난장이 벌어지며,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6·25전쟁 참전용사와 이북5도민, 새터민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 한마당이 될 전망이다.

국제콘서트는 국내외 유명 뮤지션이 참전용사, 주한미군, 한국군과 함께 K-POP 히트곡 등을 부르는 흥겨운 시간을 갖게 된다.

10월에는 도라산역과 고양시 일원에서 제5회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가 열리고, 평화누리와 민통선 내부에서는 매그넘·내셔널지오그래픽·라이프지 등 유명 작가들의 미공개 작품 위주로 구성된 DMZ 60년 사진전이 연말까지 열릴 예정이어서 세계의 눈이 DMZ로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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