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당시부터 예산만 낭비하는 사업이라 비난받았던 ‘교육국제화특구 사업계획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인천에서는 연수구와 서부(서구·계양구) 등 두 특구가 지정돼 오는 2017년까지 운영할 계획으로 정부는 최근 특구육성종합계획을 제시했다.

본보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각 교육국제화특구의 육성 전망과 해결되지 않은 논란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교육국제화특구는 ▶국제화된 전문인력 양성 ▶국가 경쟁력 강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교육연구사업의 신성장 모델을 구축, 국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특구를 말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난해 5월 관련 특별법을 입법예고한 뒤 같은 해 9월 대구 및 여수를 포함해 인천시 연수구와 서부(서구·계양구) 등을 특구로 지정한 뒤 오는 2017년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당초 교육부는 올해 특구 관련 예산으로 73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편성했지만 특구로 지정된 5개 지자체가 특구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관련 예산을 과도하게 책정해 특구 운영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5개 지자체가 책정한 사업비는 모두 4천327억 원으로 연수구가 516억 원, 서구와 계양구가 978억 원이다.

‘지역별로 차별화된 국제교육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해 유엔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한 연수구는 국제학교 모델을, 서구·계양구는 글로벌 교원 양성을 특화시키는 등 당초 취지와 달리 영어마을, 국제어학관, 영어몰입교육에 사업 계획이 치중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각 지자체와 예산 및 관련 계획을 조율, 최근 특구육성종합계획을 제시했다.

5개 지자체, 4개 특구는 이를 토대로 오는 8월까지 연차별 실시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을 책정하게 된다.

#연수구 교육국제화특구

   
 

송도경제자유구역을 끼고 있는 연수구는 ‘연속성, 사람중심성, 지역성’을 핵심 이념으로 지역의 다양한 교육 수요와 기반을 바탕으로 국제화된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갖춘 교육특구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초·중등 및 고등교육과 산업인력 양성, 교육국제화 기반 분야를 융·복합형으로 추진한다는 기치로 5년간 4개 분야, 11개 사업에 총 39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사업은 산업인력 분야의 ‘학·산·연 협력을 통한 컨벤션산업 활성화 및 인력 양성’ 사업이다.

이 사업은 고등교육 분야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문으로 세부 내용은 특구 내 국제화 역량을 갖춘 대학을 교육국제화시범대학으로 지정·운영하고 국제화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는 물론, 새로운 고등교육 교류모델을 시범운영하는 등 국제수준의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수구는 기획재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송도MICE사업 허브 전략과 발을 맞추고 학교와 산업, 연구시설의 협력을 통한 국제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중등 교육 분야는 외국어 교육 강화와 국제교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칭 ‘글로벌 미래학교’를 공모·지정해 다언어 교육과정, 국제화 역량 강화 교육, 다문화 교육 및 국가별 문화이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GCF 사무국이 입주할 연수구에 특화된 모델을 운영한다. 외국인 자녀의 교육환경 조성, 해외 우수 대학기관 유입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하고 초·중등과정이 연계된 국제화 모델을 개발해 국제적 경쟁력을 키워 간다는 계획이다.

#서구·계양구 교육국제화특구
서구·계양구는 최근 뜨거운 감자였던 국제중 설립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화 자율학교를 최대 10개 교까지 지정할 계획을 세웠으며 4개 분야, 11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국제학교 모델을 제시한 연수구와 달리 서구·계양구는 국제적인 교원 양성에 특화된 특구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총 208억 원의 예산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초·중등교육 분야에서 행복한 국제화 자율학교 지정사업과 서부국제교육지원센터를,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교육국제화 전담교원 양성사업을 계획 중이다.

   
 
교육국제화 인프라 구축사업으로는 국제교육거점센터와 국제문화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분야는 취약계층 멘토링 사업 및 이중언어 강사 양성과정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사업의 핵심은 역시 교원 양성이다. 초·중등 및 고등교육 과정, 사회적 배려 대상자 과정에 모두 강사 양성과정을 포함하는 한편, 교육국제화 전담 교원 연수를 위해 경인교대와 손잡고 초등교원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다른 특색 사업은 영어만화도서관과 ‘Silver-Youth 연계 프로그램’.

지난 수년 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 중 상당수가 미국 만화책을 원작으로 하는 데 착안, 각종 영어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청소년들이 재미있게 어학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Silver-Youth 연계 프로그램은 기본적인 외국어 실력을 갖춘 은퇴자들이 재능기부 등을 통해 어린이들과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가르쳐 일자리 제공과 봉사, 저렴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 세대 간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신학용(민·인천 계양을)위원장은 “입시부정 등 비리로 논란이 많은 국제중학교는 인가 취소하는 방향으로 하되 국제중 설립 대신 국제화 자율학교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이 완료되는 2017년부터는 북부지역의 교육 여건이 대폭 개선될 뿐 아니라 지역 내 신흥 명문 학교들의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논란

   
 

계획단계부터 지역 간 교육격차 심화, 귀족학교 등의 논란을 일으켰던 교육국제화특구 사업은 일단 지역별 특성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서구·계양구의 국제중학교 설립 포기로 일단락되는 듯하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여전히 내재돼 있다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자되는 사업이다 보니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이나 선심성 사업이 언제든 정치논리로 추가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국제중 설립에 열을 올리며 경쟁하던 서구과 계양구도 여론이 악화되자 계획을 철회한 모양새다.

전국교직원노조 인천지부 이강훈 정책실장은 “국제중 설립 문제나 예산의 과다 책정 문제를 보더라도 특구사업은 신중히 진행해야 할 사안”이라며 “정치논리로 생겨난 만큼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치논리를 철저히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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