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뜻하는 Local과 식품 또는 음식을 뜻하는 Food가 합쳐졌다.

좁은 의미로는 ‘지역음식’쯤으로 해석되지만, 범위를 넓히자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최근 들어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로컬푸드는 단순 소비운동을 넘어 대표적인 녹색운동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안성시도 지난해부터 로컬푸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선한 농산물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이점을 최대한 살린 안성시 로컬푸드 정책.

   
 

시민들에게는 보다 신선하고 안전하며 저렴한 우수 농산물을 제공하고, 농가에는 실질적 소득 향상의 기쁨과 시장 개방이라는 소용돌이를 헤쳐 나갈 회생의 길을 열어 가고 있다.

유행을 선도한다는 ‘뉴요커’들의 최신 음식 트렌드가 바로 로컬이다. 매연으로 가득 찬 회색 콘크리트 건물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뉴요커들이 유기농 농산물을 넘어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기른 고기와 야채, 과일인지를 따지기 시작했다.

뉴욕 인근 소규모 농장들은 중간상인 없이 뉴요커들에게 직접 기른 식품을 공급했다. 까다로운 뉴요커들은 신선한 재료로 식단을 꾸밀 수 있게 됐고, 소규모 농장들은 중간상인 없이 적정한 이윤을 챙겼다.

이러한 뉴욕의 윈-윈 도·농 협력 모델이 바로 로컬푸드다. 지금도 뉴욕에서는 반경 321.86㎞(200마일) 이내의 농장과 바다에서 농부와 어부가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식품을 판매하는 그린마켓이 대세다.

이웃 국가인 일본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산지소 운동을 벌이고 있다.

차별화된 농축산물이어야 소비자가 다시 찾는다는 인식 변화를 이뤄 낸 지산지소 운동은 정착화를 거쳐 현재 대중화됐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008년 기준 49.2%다. 육식이 늘면서 옥수수·콩 등 사료용 곡물의 자급률은 2.4%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의 식생활은 곡물이나 식품의 수입 없이는 현실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식탁은 여러 식품기업들에 의해 수입되고 또한 정체를 알 수 없게 가공된 식품들로 채워지고 있다. 칠레산 포도는 약 2만480㎞,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는 약 9천604㎞를 달려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된다.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과일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농약·왁스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므로 우리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또한 장거리 이동 식품은 외국의 생산자와 우리나라의 소비자 사이에 수출기업, 수입기업, 운송업자, 도매업자, 소매업자 등 중간행위자들이 많이 개입하게 된다.

 이에 생산자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고,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가격은 올라간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먹을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이 먹는 농산물은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알 수 없을까? 농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면서 동시에 건강한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안성시 로컬푸드 정책은 이러한 문제점들의 해답을 찾는 데서 출발한다.

#신선한 농산물 가득한 농업인 직거래 새벽시장
‘어떻게 하면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것이 농업인 직거래시장이다. 보통 우리는 곡물이나 채소, 과일, 육류 등의 식품을 대형 마트나 상점에서 구입해 먹는다.

장기간 보관과 많은 유통 과정을 거친 식품들이 대부분이다. 그 기간 동안 1차 식품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선한 식품을 구입해 먹고 싶어도 방법이 없고, 이러한 식품을 억지로라도 사 먹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 구조다. 애써 외면해 왔던 불편한 진실을 해결하는 곳이 직거래장터다.

안성시는 도기동 아양주공아파트 뒤편에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물건을 농민이 직접 들고 나와 판매하는 새벽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 기간은 5월부터 11월까지로, 매일 새벽 4시부터 오전 8시까지 열린다. 참여하는 농민 회원만도 200여 명에 이른다. 원산지 표시제는 기본이고, 하자가 있는 물건을 반품해 주는 생산자 리콜제도 시행된다.

운영 한 달여가 지난 현재 매출이 2억여 원에 이를 만큼 반응이 뜨거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루 최대 매출도 700만 원에 달한다. 소비자들은 방금 전까지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자란 신선한 채소를 구입하며 연신 탄성을 지른다.

소비자들에게는 농약을 뿌리지 않아 잎사귀를 벌레가 갉아 먹은 채소가 단연 인기다. 그동안 마땅한 판로가 없어 고민하던 고령 농가들에게 판매처를 제공하는 새벽시장은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다.

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믿음을 바탕으로 상생하는 지역사회 먹거리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더욱 사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믿고 먹을 수 있어 좋은 로컬푸드 직매장
로컬푸드의 가장 큰 장점은 생산자별로 자신이 재배한 농작물을 직접 판매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산자는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게 되고, 공개된 얼굴과 이름은 자신만의 브랜드가 된다.

 스스로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하나의 기업과도 같아서 신용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농산물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믿고 구입한 농작물을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생산자는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이러한 생산자·소비자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당왕동 농협하나로마트 지하에 들어서는 직매장은 77억1천4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지난 13일 임시운영에 들어가 오는 24일 정식 개장할 예정인 이곳에 시는 농업인들이 지역에서 직접 재배한 곡류, 과채, 엽채, 과일, 특산물, 가공식품, 친환경 농산물 등을 진열해 판매케 할 계획이다. 재배와 수확은 물론 수송에서부터 포장, 가격 책정까지 직접 농민들이 다 알아서 한다.

농민들은 당일 수확, 당일 판매 원칙만 지키면 된다. 그날 판매하고 남은 상품은 전량 회수해 처리한다.

말 그대로 믿고 먹을 수 있는 1일 직거래 유통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200여 농가가 참여하는데 배추·상추 등 엽채류는 하루, 당근·무 등 근채류는 유통기한을 이틀로 정하고 공판장, 재래시장, 대형 마트 등의 시세를 파악해 이들보다 모든 상품 가격을 20% 내려 판매하기로 이미 결정됐다.

시는 농가별 출하 품목과 바코드 등록을 마치고 출하품목 사전 관리를 위해 이력카드를 작성케 하는 등 품질 유지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또 버섯 특작물에서부터 축산물, 식품류에 이르기까지 품목 다양화 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직판장 판매 목표액은 7억 원이다.

#가격이 저렴한 제철 꾸러미 사업 

   
 

농산물 유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의 식습관을 바꿔 놓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유통 과정이다. 이러한 유통 과정을 고수한다면 그 사이에 붙는 운송비와 마진을 모두 소비자와 생산자가 떠안게 된다.

하지만 로컬푸드는 이렇게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길 위에 버려지는 비용을 모두 없앴다. 소비자가 적당한 가격에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해 먹을 수 있고, 생산자는 적정한 이윤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점이 로컬푸드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것이 꾸러미 사업이다. 농장에서부터 식탁까지, 즉 생산지에서 소비자까지의 거리를 최대한 줄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농민들이 생산한 고품질의 농산물을 정해진 날짜에 맞춰 소비자 집까지 배달해 준다. 또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꾸러미 신청만 하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주문한 상품을 배달해 준다.

소비자들은 집에 편히 앉아 전화나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상품을 편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

시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는 공공급식에 필요한 식자재를 납품할 계획이다.

공공급식 시설이나 단체에서 꾸러미를 이용해 식자재를 구입할 경우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이용을 점차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시는 사업 준비를 마친 지역농협과 농업인단체를 중심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사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 교류하고 소비하자’는 지역 먹거리 운동인 로컬푸드. 소비자의 올바른 먹을거리 선택권을 보장하고, 농민의 실질 소득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지역농업 활성화를 주도하게 될 안성시 로컬푸드 정책이 낼 성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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