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및 장소=2013년 6월 20일 목요일 인천대 미래관
참가 패널=좌장 이갑영 인천대 동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장(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박신숙 남북경제협력 인천아카데미 총원우회 사무총장
         박창수 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장
         유화석 유니월드오토테크㈜ 대표(개성공단 입주기업)
         우정하 인천시 남북경제협력팀장
         염규주 제5기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 고문

남북 긴장국면이 지속되면서 불똥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 튀었다. 금강산 관광 중단과 천안함 피폭 및 연평도 포격사태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마지노선 개성공단이 남북 정부의 무책임한 실정으로 잠정 폐쇄됐다.

하지만 인천에선 서해 앞바다 등 남북이 인접한 지리적 특성을 감안, 다양한 남북 화해협력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송영길 인천시장 취임 뒤부터는 정부가 북한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반면 중국 단둥 축구화공장, 남북 스포츠 교류, 인천AG 북한 참가, 경제협력 교류 등 다양한 협력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민간 차원 남북 교류 중 하나인 남북경제협력 인천아카데미는 2011년 3월 첫 강의를 시작으로 지난 봄 5기 강연까지 모두 250명의 원우회를 배출했다.

이에 본보는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 5기 수료 및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인천시 남북 화해협력 사업을 짚어보고 향후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제5기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 무엇을 남겼나
-이갑영 인천대 동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장=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가 다섯 번째 원우회를 맞았다. 2개월간 강의를 통해 많은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개성공단 사태로 남북경협이 다룬 이슈도 주목받았다.

▶염규주 제5기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 고문=현재 남북 위기상황 속에서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가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해 봤다. 인천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 지역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반면 강연자 강의에서 정부정책과 달라 혼란과 갈등도 적지 않았다.

현 정부와 이해관계가 같은 이도 있고, 다른 이들도 있어서 일부 오해를 부르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해 봤다. 하지만 필요성만큼은 인정받을 만하다.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정부도 못하는 일을 인천시가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박수받을 만하다.

▶유화석 ㈜유니월드오토테크 대표=초반보다 지역에서 상당히 널리 알려졌다. 다소 생경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남북 경색국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우리 정부와 북한,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일반 시민의 입장 모두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한반도 위기상황 속 인천시가 나아갈 길
-이갑영=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개성공단 잠정 폐쇄는 물론이고 남북관계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의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노력이 눈부시다.

▶우정하 인천시 남북경협팀장=남북경협에 대한 인천시의 관심은 그 어느 곳보다 뜨겁다. 인천시 역시 현재의 위기를 수수방관하고 있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그런 부분에서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단둥 축구화 공장과 인천AG 북한 선수단 참가, 인도적 지원 및 다양한 협력사업 등 앞으로도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학생 체육 교류, 체육물품 전달사업, OCA 비전2014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에 대해서도 남북 교류협력 스포츠 교류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 10월 전국체전과 내년 인천AG에 이어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등 남북 체육 교류에 힘쓰겠다.

▶박신숙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 총원우회 사무총장=펜싱과 배드민턴 등 인천대 스포츠 분야 학과와도 접목시키면 좋겠다. 대학생 교류를 통해 남북 화해협력 연결고리를 잇길 기대해 본다.

#존폐 위기에 몰린 개성공단 입주기업, 현실적 지원 방안은
-이갑영=개성공단 잠정 폐쇄로 입주기업이 경영위기에 몰렸다. 당장 남북이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 역시 속수무책인데, 현실은 어떤가.

▶박창수 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회장=피해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얼마나 손해가 가는지 통계를 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고객이 떠나면 안 되기 때문에 더 애를 태우고 있다. 개성공단이 아닌 국내에서 생산을 하면 5~10배 비용이 더 든다.

 200원짜리 부품을 만드는 데 1천 원 이상 드는 구조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하다. 장마가 본격화되고 7월 안으로 재개가 안 되면 줄도산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

▶박신숙=정부를 믿고 투자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피해 지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언론 보도를 보면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는 듯한데 효과가 없나.

▶박창수=정부가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금융대출을 지원한 게 전부다. 그것도 신용등급이 되는 곳만 지원을 받는 수준이다.

 국민들 오해가 많다.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회를 갔더니 친구들이 하는 소리에 기가 찼다. 정부가 도와준다고 하니까 마치 해결이 된 것처럼 안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밤잠을 설치는 단계도 이미 지났고, 최근에는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유화석=정부가 10억 원 한도 내에서 빌려주는데, 1년 뒤 원리금을 전액 상환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가 도움을 준다고 하는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억울하다. 고객을 위해 없는 돈까지 빌려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심지어 직원들조차 정부가 업체를 위해 자금 지원을 해 준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경협보험 보상금도 언제 나올지 모른다.

또 정부에서 대위권을 행사해 보험금을 받으면 개성공단 현지 건물을 뺏기는 방식이다 보니 개성공단이 재개되서 다시 건물을 살 업체가 몇이나 될지 알 수 없다. 회사가 다 망한 뒤에 다시 개성공단에 가라고 하면 누가 가겠는가.

▶박창수=경협보험이 허술하다 보니 보험금을 차라리 안 받고 민사 소송해서 실물 가치만큼 손해배상을 받겠다는 업체가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남과 북 정부에 속시원히 욕을 할 수도 없다. 당장 죽게 생겼는데 평화통일이 무슨 소용이고, 남북화해가 뭐가 필요하겠는가.

 이렇다 보니 업체 대표 일부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할복자살’이라도 해야 남북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하소연을 할 정도다.

▶유화석=우리 정부의 완강한 대북정책에 국민 지지율이 높아지는 상황도 개성공단 기업들이 운신의 폭을 좁히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죽을 날을 받아두고 하루하루 연명하는 시한부 인생이 된 셈이다.
▶박창수=정부도 언론도 우리를 포기한 듯하다. 국회 역시 마찬가지다. 진출 초기에는 모두 우량기업으로 10대 1의 높은 경쟁률도 뚫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이갑영=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중앙정부도 제대로 돕지 못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인천시가 구원자로 나설 수는 없나.

▶우정하=인천시 역시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10억 원 안팎의 금융 지원과 대체 생산시설 부지 제공을 위해서 10억 원 정도 경영지원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입주기업 거래 기업에는 별도로 송영길 인천시장 명의로 된 협조서한을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5개 기업 정도가 서한문을 제공받았다. 이 밖에 더 돕고 싶지만 정부 권한을 넘어설 경우 자칫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어 객관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유화석=말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실제 송영길 인천시장 명의 협조서한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거래 기업에 보냈더니 우리가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이해도 좋고 무게감도 있다.

▶박창수=개성공단은 기업들이 우리 돈을 가지고 몇백조 원의 성과를 낸 것이다. 국민들은 마치 우리 기업을 정부가 엄청나게 도와준 것으로 알지만 시쳇말로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코 묻은 돈을 투자해 이렇게 성공적으로 키워 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기업이 정부에 ‘팽’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정부가 얼마나 남북화해에 투자했나. 매일 500여 대 차량이 남북을 오가고, 5만여 명 북한 근로자를 얼마나 바뀌게 했는가. 언론도 그렇고 정부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 제5기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 평가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진지하게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훈 기자, 박창수 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장, 박신숙 남북경협아카데미총원우회 사무총장, 이갑영 인천대 동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장, 염규주 제5기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 고문, 유화석 유니월드오토테크㈜ 대표, 우정하 인천시 남북경제협력 팀장./최민규 기자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 모범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나
-이갑영
=1기는 지역 오피니언리더가 주류를 이뤘지만 5기로 이어지며 더 많은 시민으로 확대됐다. 수강생 폭을 더 넓혀야 한다는 제안도 많아진다. 변화·발전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나.

▶염규주=원우회 활동이 유대관계를 강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출지, 교육 강화에 중점을 둘지 방향을 잡아야 한다. 더 많은 시민이 참가해 이해도를 넓히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갑영=1기에서 5기까지 오면서 보수와 진보 성향을 달리하는 인사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보수와 진보 상호 공존을 위해선 어떤 방법론을 써야 하나.

▶유화석=획기적인 시도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가 처음에는 막연했는데, 횟수를 거듭할수록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사진에 심혈을 기울였으면 하고, 진보와 보수 양쪽을 아우르는 강의를 펼쳤음 한다.

▶박신숙=남북경협 초반에는 이해관계가 달라 우려도 많았지만 점차 서로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100% 강의를 수용하지 못하더라도 남북경협에 대한 홍보 전도사가 될 수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냈다. 좀 더 확산시키려면 계층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NGO나 시민사회단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학교운영위원회 등 특정 계층의 좀 더 많은 이에게 알려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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