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 창간 기념행사가 지난 7월 19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그날 사회를 맡은 저는 현장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창간 25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하객들이 그 넓은 홀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이 와주셨기 때문입니다. 외부인인 제가 이렇게 감격스러울 정도였으니 기호일보 임직원은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그리고 시간 관계상 소개를 해드리지 못할 정도로 지역 내빈들도 매우 많이 참석하셨더군요. 왜 이렇게 기호일보가 시민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있을까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기호일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명망가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열심히 지면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말씀드린대로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기호일보의 창간 25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면서 각계각층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반영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사실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는 일, 생각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크고 작은 스피치의 현장에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해 보십시오.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보잘 것 없는 일상의 이야기에 오히려 진심이 담긴 생명력이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자료를 참조하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스피치를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제가 진행을 맡고 있는 경인방송(FM 90.7MHz)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월~금 07:00~09:00)’에는 매주 목요일 4부에 ‘삶의 현장, 시민들의 목소리’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코너명 그대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서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시내버스 기사, 동네슈퍼 주인, 30년 동안 원도심을 지켜온 동네 미용실 원장, 택시 기사, 3천 원 짜리 국수를 파는 아주머니, 신포시장 반찬가게 주인, 배다리 솥 가게 사장, 연극배우, 용현동 횟집 주인, 작전동 떡볶이 노점상, 빵집 아르바이트생 등을 인터뷰했습니다. 

이 코너를 위해 제작진이 섭외를 할 때 시민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방송 출연할 만큼 재미있거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앞서 인터뷰한 우리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가 별로 재미없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청취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습니다. 진행자인 제게도 매우 즐거운 인터뷰 시간입니다. 

버스기사들은 운행 중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지, 동네슈퍼 주인은 하루 몇 시간이나 일을 하는지, 소위 갑의 횡포는 없는지, 동네 미용실에 파마 손님은 몇 명이나 되는지, 택시기사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승객은 많은지, 국수를 3천 원에 팔아도 남는 것이 있는지, 요즘도 솥을 사가는 사람이 있는지, 연극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는 않는지, 요즘 제일 맛있는 생선회는 어떤 것인지, 횟감은 어떻게 조달하는지, 떡볶이 맛의 비결은 무엇인지, 누가 제일 큰 고객인지, 빵집 아르바이트생은 시급을 얼마나 받는지, 안 팔린 빵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살아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다양한 분야의 질문에 모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일상에 관한 질문인데도 말입니다. 경험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스피치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중은 여러분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에 반응합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합니다. 자신이 겪어 본 적이 없는 일이라면 호기심 섞인 눈빛으로, 겪은 일이라면 공감어린 눈빛으로 경청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바로 그 이야기가 스피치의 훌륭한 소재가 됩니다. 규모와 상관없이 스피치할 기회가 있다면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하십시오.

자유 주제라면 내용 전체여도 좋고, 혹 특정 주제가 정해져 있는 현장이라면 도입부(導入部)에서라도 솔직한 여러분의 삶의 이야기를 양념처럼 넣어 스피치의 효과를 더욱더 크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여러분의 삶의 이야기를 방송 인터뷰 형태로 질문과 답변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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