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범죄피해자지원센터 ‘햇살’이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역 법원을 대상으로 한 법정모니터링 결과를 담은 ‘2012년 법정감시 결과 보고서’였습니다.

부산대와 동아대·영산대·경성대 학생 71명으로 구성된 범죄피해자인권지킴이단이 부산지법·부산고법·부산동부지원에서 진행된 300회 이상의 재판을 직접 지켜보고 작성한 것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더군요.

법정개정시간·의사전달·재판진행 등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판사·검사·변호사 등의 태도를 평가하려는 것이 모니터링의 주목적(主目的)인데 대학생들의 시각에서 본 법조계의 모습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제가 아나운서의 입장에서 이 보고서에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 있습니다. 일부 내용을 보니까 “재판장은 말이 빠르고 반말을 많이 했다. 검사는 형식적으로 재판에 임했다. 변호사의 발음이 부정확해 알아듣기 어려웠다.” 등 ‘말하기’와 관련된 적나라한 이야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일부 판사와 검사·변호사의 부정확한 발음과 낮은 목소리, 빠른 발언 속도 등으로 재판내용을 잘 알아듣기 힘들었다는 것이 많이 지적되었다는 설명입니다. 사실 법조계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더군요.

이번 조사에 참가했던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더 인용해 보겠습니다. “재판장의 말이 빠르고 사용하는 법률용어가 어려워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마이크가 고정돼 있어 피고인과 증인 등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말할 경우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는데 교과서를 읽는 듯했다.

피고와 청중이 이해하는지, 억양은 적당한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판결내용을 매우 집중해서 들어야 했다.”, “공소내용을 말하는 검사의 말이 속도가 빠르고 목소리도 작아 알아듣기 어려웠다.”, “어려운 법률용어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자신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발음이 불분명하지는 않은지,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생각하는 작은 정성이 국민에게 큰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대학생들의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어려운 법률 용어는 차치하고라도 판사·검사·변호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도는 제대로 전달되어야 하는데도 기본적인 의사소통 자체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모든 법조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제 주변에도 국민들과 좀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는 법조인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일례로 서울동부지법에서는 동료 법관의 불시 방청 등을 통해 법정에서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소위 ‘듣는 법정’ 프로그램을 시행 중입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말하기’와 관련해 지적된 부분을 크게 보면 발음·말의 속도·읽기·목소리·청중(청자)과의 교감(交感) 등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런 요소는 법조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목입니다.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다음 시간에 하나하나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본문에 언급된 일부 법조인들의 ‘말하기’와 관련된 개선 요망 사항(발음·말의 속도·읽기·목소리·청중과의 교감)에 혹시 여러분이 해당되는 것은 없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봅시다. 
블로그 : blog.naver.com/kennywon
페이스북 : www.facebook.com/kibuemkenny.won
이메일 : wonmc4u@naver.com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