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미영 인천시 부평구청장

요즘 지자체의 새로운 업무로 부각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지역순환 사회 경제구축’을 잘하기 위해 전국 11개 지자체에서 모인 공직자 28명의 단장을 맡아 지난 8월 말 4박 5일 일정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정책 연수를 했다.

 도쿄시를 비롯해 새로운 형태의 사회경제 사업을 잘하는 도시에 있는 13개 기관을 방문하는 일정은 참 빠듯했다. 그래도 눈이 반짝 뜨이는 생생한 현장사례들을 보고 들으며 우리가 배울 만한 본보기를 찾아다니는 일은 뿌듯한 일이었다.

도쿄의 중심 신주쿠에 있는 ‘도쿄 장난감 박물관’은 지속가능한 사업의 한 사례다. 100년 된 폐교를 활용한 것도 그렇고, 장난감도 나무 소재 등이며,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으고 연간 4천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장난감 큐레이터가 맡는 운영방식도 그렇다.

연간 12만 명이나 다녀가는 곳인데 주차장도 없고 전철역에서 5분 걸어오는 골목 안쪽에 자리했다. 질 좋은 보육에 대한 욕구가 높은 한국에서도 호응이 높을 사업이겠고, 우리 지역의 경우 현재의 장난감 대여 사업을 확대해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스쳤다.

캐논·도시바 등 유명 대기업뿐 아니라 100여 개 중소기업이 입주한 가와사키시의 지속적인 공해추방 작업은 공단과 공장들이 입지한 우리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전 심각한 공해도시 속 시민은 공장의 환경오염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시는 환경기술을 연구·개선하고, 공장은 이를 도입·운영하는 과정을 거쳐 가와사키시는 공해가 추방된 환경선진도시로 인정받았다. 시민·기업·행정이 협력해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어나간 모범적인 현장이었다.

도쿄 인근 농촌지역 오가와마치에는 250명의 주민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사업이 활발했다. ‘친환경의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테마로 주민·NPO·행정의 협력으로 유기농재배, 자원순환 및 에너지 자립 마을 만들기가 추진되고 있었다.

특히 시민출자에 의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즉 바이오 가스 만들기 사업은 상당히 수고스러운 작업임에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원전에 대한 대안으로 주민 스스로 선택했다. 원전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고 그 대안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본 농촌의 주민을 만나면서 일본의 저력은 이런 풀뿌리 주민의 협동과 깨어있는 의식, 그리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나오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주민의 그러한 의미있는 협동은 오랜 지방자치의 결과로서 협동심은 생활화·의식화해 있는 듯 보였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워커즈 콜렉티브 히그라시’라는 일자리 사업시설도 주민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워커즈 콜렉티브’란 조합원 모두가 경영자인 동시에 노동자인 협동 노동의 협동조합이다.

우리가 방문한 히그라시 작업장은 그중 하나로, 같은 건물에 있는 ‘노인 홈’ 및 ‘보육원’생들의 식사를 제공하는 주방업무를 보고 있다.

20년 전 전업주부로서 동네의 생활협동조합을 이용하다 일을 맡게 되었다는 현재 이사장은 이 사업이 커뮤니티 카페 역할도 하는 등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비슷한 형태인 최근 한국의 협동조합법과 마을 만들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사실 일본연수를 떠나면서 조금 걱정했다. 방문지역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그리 먼 곳이 아니고, 최근 한·일 상호 감정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일본의 1천700여 개 지자체에서 새로운 지역순환 사회경제 시스템의 사회실험이 이미 진행되고 또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에 연수를 통해 우리가 충분히 얻을 것이 많으리라 판단했다.

일본 연수 계획은 협동조합법이 제정된 직후인 올해 초부터 세워졌고, 착실히 준비해 출발하기 전에는 일본정책연수에 필요한 장시간의 사전 교육이 실시되기도 했다.

이제 땀 흘리며 수고한 연수의 결과물들이 각 지자체 사업에 녹아들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우리 인천 부평지역에 새로운 씨앗이 되고 과실이 되어 미래까지 지속가능한 도시의 사례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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