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초등교육기관으로 시작한 인천 영화초등학교(동구 창영동)가 얼마 전 121년 동안 걸어왔던 생생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을 열었다.

동구 송림아뜨렛길에서 열린 이 사진전은 영화초교의 설립과 발전 및 새롭게 도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는 학교의 모습을 담은 사진 50여 점이 테마별로 전시됐다.

영화초교는 최근 영어회화, 독서, 현장체험학습 등을 강조하며 새롭게 변하는 초등교육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영어는 말하기부터 출발
한국 사람들의 외국어 교육은 책을 통한 교육으로, 글을 보면 무슨 뜻인 줄 알지만 외국인들을 만나면 긴장한 나머지 머릿속이 백지로 변해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영화초교는 영어회화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지하고 초등 저학년 때부터 ‘영어회화 인증제’를 도입, 5년 후에는 학생 모두가 영어회화에 능숙해져 언제 어디서든 외국인을 만나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영어회화를 생활화하고 있다.

이 또한 가능한 것이 현재 원어민교사 5명, 한국인 영어교사 2명 등 총 7명이 영어를 교육하고 있고, 이는

   
 
전국에서 학생 1인당 원어민교사 확보율이 가장 높다.

또한 영화초교는 학교 내에 실시간 영어교육을 할 수 있는 ‘영어마을’ 설치는 물론 방과 후 영어회화 특별교육과정 운영, 방학 중 집중 영어캠프(2주간) 실시 등 학생들을 글로벌 리더로 키우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영어회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통합적 사고력과 창의력은 독서에서 시작
영어회화 못지않은 영화초교의 자랑거리는 바로 ‘독서교육’이다. 영화초교는 인천 제일의 ‘어린이 전용 학교도서관’을 갖추고 창의력·사고력 등 지혜를 가꿔 가는 독서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현재 ‘어린이 전용 학교도서관’은 학생 1인당 70여 권에 해당하는 다양한 분야의 도서 2만여 권을 비치해 두고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등교해 아침 자습시간 때부터 시작되는 독서는 매일 저학년(2시간)과 고학년(1시간)으로 나눠 도서관 활용수업을 진행하는 등 독서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졸업 때까지 학생 1명당 3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독서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장체험학습으로 살아있는 교육
무엇보다 영화초교는 그동안 틈틈이 진행했던 현장체험학습을 내년부터는 매달 1회 이상 우리 고장의 자연과 역사, 지역을 알아보고 수도권과 전국으로 배움의 장을 넓혀 가는 체험학습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 프로그램은 내 고장 탐방활동, 다양한 진로 체험활동, 수학·졸업여행, 수도권·대학 탐방활동, 과학관·미술관 체험, 각종 공연 관람, 전문가를 통한 만들기 체험, 아빠와 함께 등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영화초교 체험학습은 교사들 역시 ‘학생보다 먼저 알고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사전 탐사를 돌아가면서 실시해 교사에게도 살아있는 산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영화초교의 태동
어느 학교든 한 세기를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 그 역사와 전통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앞서 간다면 교육·문화·역사적 측면에서 따라올 학교가 없을 것이다.

   
 
인천항 개항 후 다양한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에도 서구식 신교육이 도입되기 시작, 그 신교육의 선두에 있었던 학교가 바로 현재 ‘영화초등학교’다.

지난 1892년 존스 목사는 인천시 중구 내동 내리교회를 보살피던 아펜젤러에 이어 2대 목사로 부임한 후 감리교 여선교부도 이화학당의 마거린 벤젤을 이 교회에 파견했다.

서울에서 교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1892년 4월 내리교회 내에 성경공부를 비롯해 신교육을 펴는 ‘매일(daily)학교’를 설립하게 되는데, 이 학교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초등교육기관인 ‘영화학당’이다.

영화학당은 중등교육기관으로 발전된 배재학당·이화학당과는 달리 초등교육기관으로 발전됐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학당의 운명은 설립 당시부터 교사였던 서양인들이 ‘어린이 간을 약에 쓴다’는 등의 요언이 나돌며 1895년 겨우 학생 2명이 늘 정도로 순탄치 않았다.

   
 

1904년 존스 목사는 어려운 학교 운영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자선사업가인 콜린스에게서 1천 달러를 기부받아 그해 11월 인천시 중구 경동 싸리재에 벽돌로 된 단층짜리 교사(校舍)를 신축했다.

본격적으로 울타리가 생긴 영화학당은 인천의 유지와 교원들로 구성된 의사회(議士會)를 통해 교직원과 학생 단발, 검정색으로 염색한 교복 착용 등 개화에 앞장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다시 영화학당은 1911년 현재 영화초교 자리에 2층 벽돌집 교사(校舍)를 마련, 이전하고 1913년에는 강당까지 건립, 명실상부한 인천의 명문 초교로 발돋움하면서 현재 영화초교로 그 역사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학당은 1930년대에 이르러 관립학교에 밀려 영화소학교, 영화초등학교 등을 거쳐 1996년 현재의 ‘영화초교’로 교명이 바뀌었다.

#안태홍 영화초교장

   
 

“12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교육의 선두 주자 영화초교는 이제 그 역사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21세기를 주도하는 미래 교육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설 것입니다.”

1969년 안산 대부초교 교사를 시작으로 올해 2월 인천신송초교장까지 40여 년간 공립초교 교직생활을 마무리한 후 2011년 사립초교인 영화초등학교로 부임한 안태홍(64)교장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최초의 사학에서 최고의 학교’로 나서는 꿈을 꾸고 있다.

영화초교 부임 당시 틀에 박힌 공립초교 교육행정의 한계를 지적한 안 교장은 부임 3년 동안 사립초교의 자율성을 등에 업고 신앙교육을 통한 인성교육, 영어·독서·재능교육 등으로 영화초교 학생들을 미래 글로벌 리더로 성장시키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글로 배워 실제로 외국인을 만나면 한마디도 대화를 하지 못했다”며 한국 영어 교육의 단점을 지적한 안 교장은 “이제 영어 교육도 글보다 말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원어민교사와의 만남이나 영어를 편안히 접할 수 있는 공간 조성, 외국인과의 자연스러운 대화시간 확보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영어회화 교육의 방행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요즘 학생들은 울타리 안에서의 포장이 너무 심해 감성이 떨어지고 있다. 살아있는 교육은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양한 체험이 필요하다”며 “조개·낙지 잡기를 통한 땀의 의미, 이삭줍기를 통한 곡식의 고마움 등 스스로 경험을 통한 교육이 바로 산교육”이라며 체험학습을 강조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영화초교에 모두 바치겠다”는 안 교장은 “영화초교 학생들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도록 교육해 세계를 꿈꾸는 영화인으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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