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성일 인하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50세 남자인 김모 씨는 가족과 저녁식사 중이었다. 한참 밥을 먹던 중 가슴이 갑자기 콱 막히고 뻐근하게 아파 물을 먹었으나 가슴통증은 계속되어 119 엠뷸런스를 타고 인하대병원 응급실에 왔다.

응급실에 도착하자 마자 심장이 멈추면서 의식을 잃었다. 응급실에서 5분간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심장은 다시 뛰었으며 심전도 검사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진단되어 바로 심혈관촬영실로 이동, 막힌 관상동맥(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뚫는 시술을 받았다.

심근경색이 생기고 막힌 관상동맥을 뚫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40분밖에 되지 않았다. 김 씨는 4일 후 퇴원했고, 좋아하던 담배도 끊고 평소 조깅을 하면서 아마추어 마라톤대회도 참가해 10km를 완주하곤 한다.

60세 여자인 이모 씨는 저녁식사 후 잠을 자려고 일찍 자리에 누웠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돌덩이를 올려 놓은 것처럼 묵직하게 아프고 불편했다. 저녁을 먹은 것이 체했거니 생각하고 소화제를 먹고 누웠으나 불편함은 계속되어 밤새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다음 날도 증상은 비슷해 오후에 집 근처 병원에 갔다가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받고 인하대병원 응급실에 왔다. 응급실에서 심혈관촬영실로 이동해 막힌 관상동맥을 뚫는 시술을 받았으나 심근경색이 생기고 막힌 관상동맥을 뚫는 데까지 약 20시간이 걸렸다.

 이 씨는 시술을 받고 7일 후 퇴원했으나, 심장기능이 정상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태로 조그마한 언덕길을 오르는 데도 숨이 차 매우 힘들어 하며 몸이 붓고 숨쉬기가 힘들어 2차례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같은 심근경색환자인데 위의 두 환자에서 치료를 받고 난 후의 생활이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드라마 「골든타임」을 본 적이 있는가? 「골든타임」은 말 그대로 환자에게 ‘황금처럼 중요한 시간’이라는 뜻인데, 대표적인 질환으로 심정지환자는 4~6분, 중증외상환자는 1시간, 급성심근경색과 뇌졸중은 증상이 생기고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하며, 특히 급성심근경색환자는 병원에 도착한 후 90분 이내에 막힌 관상동맥을 뚫어 주는 치료를 받아야 환자의 생명을 구하거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심근경색이란 심장에 혈액(산소와 영양소)을 공급해 주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근육으로 혈액 공급이 차단되고 심장의 근육세포가 죽어가는 것을 말한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약 20~50%의 환자가 몇 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심장마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심장마비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빠른 치료가 필요한데, 치료가 늦어질수록 심각한 심장기능의 저하, 부정맥 등과 같은 합병증 발생이 많아져 사망할 위험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성심근경색은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급성심근경색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으나 담배를 피우는 경우,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근경색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비만,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에 더욱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급성심근경색의 증상으로는 가슴통증이 가장 대표적인데, 가끔은 어지러움증·소화불량·체한 듯한 느낌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통증이 전혀 없는 것을 ‘0점’, 죽을 것 같이 심한 통증을 ‘100점’이라고 했을 때 50점 이상이면 즉시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

급성심근경색 치료의 핵심은 최대한 빨리 막힌 관상동맥을 뚫어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과거에는 혈전용해제를 많이 사용했으나 혈전용해제는 일부 환자에게 효과가 없거나 막힌 혈관을 뚫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풍선이나 스텐트를 이용해 막힌 관상동맥을 직접 뚫는 시술을 하며, 시술한 경우가 혈전용해제로 치료하는 것보다 치료성적이 더욱 좋다.

인하대병원은 2012년 권역심뇌혈관센터로 지정되었으며,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전문인력이 대기하고 있고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 후 시술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응급치료를 요하는 질환에서 골든타임 내에 치료를 받는 것이 치료 성패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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