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달인’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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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달인’ 되기
원기범 아나운서
  • 기호일보
  • 승인 2013.10.31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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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얼룩말을 보며 다투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유심히 살펴보니 한 사람은 “얼룩말은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반면에 다른 사람은 “아니다.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가 있는 것이 맞다.”고 우기며 서로 싸우더랍니다.

얼룩말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쓸데없는 논쟁이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졸업 앨범 등의 단체 사진에서 제일 먼저 찾아보게 되는 것이 다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얼굴입니다.

그러니 대화를 할 때에도 서로가 자신만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면 웃지 못 할 일들이 생길 수가 있는 것입니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만 잔에 물이 절반이 있을 경우 보기에 따라 “물이 반밖에 없네.” 혹은 “물이 반이나 남아 있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제가 존경하는 어느 분이 신혼시절에 치약 쓰는 문제로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자신은 어렵게 살아 치약을 짤 때 무조건 맨 밑에서부터 위로 짜 올라오며 사용하는데, 아내는 유복하게 살아서인지 아무데나 막 눌러 쓰더라는 겁니다.

상당 기간 다툼 끝에 결국 두 내외는 치약을 어떻게 짜서 쓰든 남아 있는 양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가며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 간 대화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전제조건이 필수적입니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입니다.

내가 하는 말이 대화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 것인지, 이해는 잘 시키고 있는지, 혹시 어려운 것은 아닌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듣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말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무엇인지, 혹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잘 생각하며 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장 말을 잘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입장을 가장 잘 생각해주는 사람이고, 가장 말을 잘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입장을 가장 잘 생각해 주는 사람입니다.

 내가 아무리 어떤 말을 하고 싶어도 듣는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반면에 상대방이 말할 때 아무리 지루하고 듣기 싫어도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잘 들어주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 중에 용례를 정확히 알고 써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보통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A는 B는 서로 ‘다른’ 것인데 ‘틀리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영어로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different’와 ‘wrong’입니다. ‘틀리다(wrong)’는 말 그대로 ‘맞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대방은 나하고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고, 판단이 다를 수 있겠지요? 그러니 나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다를 때에는 당연히 wrong이 아니라 different를 사용해야 합니다. 정답이 있는 명확히 있는 화제가 아니라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관점에서 하나 더 생각해 볼 것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모르는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죄송하지만 시청이 어딘지 아세요?”라고 물었을 때 “네, 압니다.”하고 그냥 지나쳐간다면 어떨까요? 묻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 것이겠지요.

 밤늦게 귀가한 자녀가 부모에게 “넌 이 시간까지 어디를 싸돌아다니는 거냐?”라고 꾸지람을 들었다면 그 이면에는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아 너를 염려하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일찍 들어오면 좋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 자녀는 책망으로만 들을 것이 아니라 염려와 사랑이 숨어 있다고 판단을 해야 하고 부모님은 자칫 말하는 의도가 잘못 받아들여질 것을 미리 염두에 두고 표현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대화의 달인’이 되는 비결,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관건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며 대화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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