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스피치의 현장에서 소통(Communication)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입니다. 단 둘이 대화를 할 때에나, 크고 작은 여러 모임에서나, 회의석상에서 그리고 대중 연설할 때에도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기본 전제조건입니다.

 말을 할 때에는 듣는 사람을 배려해 이해하기 쉽게 해야 하고 듣는 입장이라면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수용해야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거리를 잘 파악하는 것입니다. 윗사람에게 반말을 하는 것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지만, 친한 친구한테 극존칭을 쓰는 것도 역시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니까요.

흔히 거리라고 하면 물리적인 거리도 있고 심리적인 거리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는 비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한 사람을 대개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친한 것은 심리적인 개념이고 가까운 것은 물리적인 개념인데, 이 두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사이가 좋을 때는 붙어 다니다가, 사이가 나빠지면 잘 마주치지도 않고, 멀리 떨어져서 다니는 게 보통입니다. ‘호저 딜레마(porcupine dilemma)’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각 개인은 타인 속에 자기를 비추는 거울을 갖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시간을 어떻게 소비할까 생각하지만 지성인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까 궁리한다.’, ‘돈이란 바닷물과도 같다. 그것은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말라진다.’는 등의 격언으로 유명한 독일의 허무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우화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호저(바늘두더지)가 어떻게 겨울 추위를 이겨내는가 하는 예를 통해 인간관계를 설명한 것입니다. 호저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서로 가까이 접근하다가 뾰족한 바늘이 서로의 몸을 찌르면 뒤로 물러난답니다.

그러다가 추워지면 다시 접근하고 찔리면 다시 후퇴하면서 추위도 막고 찔리지도 않을 만큼의 적당한 거리(‘호저의 거리’)를 찾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그래서 다가가면 인간관계가 불편해지기도 하니까요.

사회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자기 주변의 일정한 영역을 개인적 공간이라고 생각해 그 안으로 들어오면 침범했다고 생각하고 공격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많아지는 것과 같은 신체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려면 상대방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최적의 거리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그것은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예측하시는 대로 관계가 가까울수록 거리는 짧아집니다. 통상적으로 아주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은 팔 길이의 절반 정도 이내인 15~46cm 정도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이걸 친밀한 거리라는 것이 언어학자들의 의견입니다.

그리고 친구나 직장 동료는 팔을 쭉 뻗었을 때의 거리인 46cm~1.2m 정도의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이것을 개인적 거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잘 모르는 낯선 사람은 그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렇지만 3m 이상 떨어져서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겠지요. 커피숍에서 유심히 보시면 가까운 친구는 옆자리에 앉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은 보통 맞은편 자리에 앉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짧을수록 서로의 관계가 더 친밀하고 대등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멀리서 대화를 나누면 어색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 예로 가족 간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가족들은 당연히 친밀한 거리에서 이야기를 해야 되는 관계입니다.

 가령 딸은 방에 있는데, 엄마는 욕실에서 이야기를 하고, 아들은 마루에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엄마는 마당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이럴 경우 절대로 원하는 대화를 나눌 수가 없게 됩니다.

안 들린다거나, 소리를 질렀다거나, 텔레비전 소리를 낮추라거나 하는 다른 이야기들을 하면서 기분이 상하게 되어 정말 이야기하려던 것들은 이미 기분 상한 내용으로 바뀌어 전달되게 되니까 말입니다.

가족들끼리 대화할 때는 하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대화하려고 하는 가족이 있는 곳까지 가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려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가족들에게는 친근한 거리 안으로 들어가서 대화를 나누라는 것 잊지 마십시오. 오늘의 과제입니다.

가족과의 대화에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생긴 갈등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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