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때와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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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때와 말할 때
원기범 아니운서
  • 기호일보
  • 승인 2013.11.14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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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단순하게 말하면 ‘듣기’ 와 ‘말하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로만 이루어져 있는데도 대화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십상입니다.

운전을 처음 배울 때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자동차는 가는 것과 서는 것, 이 두 가지만 잘 하면 됩니다.”라고 조언해 주신다는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서야할 때 가속한다거나 가야할 때 그대로 멍하니 서있는다면 사고로 이어지기 쉽겠지요.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말해야할 때와 들어야할 때를 혼동하면 ‘대화의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커지겠지요.

 내가 말할 때에는 상대방이 들어야 하고 반대로 상대방이 말할 때에는 내가 들어야 합니다. 이것을 대화의 순서교대라고 합니다. 이 두 가지 역할이 원활하게 잘 교대가 되어야 바람직한 ‘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상대방이 잘 칠 수 있도록 서로 공을 잘 넘겨주는 이른바 ‘똑딱 탁구’처럼 대화가 이어져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순서교대는 따로 의식하지 않아도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렇지만 자기 혼자 순서를 차지하고 길게 말하려고 하면 문제가 생기고, 반대로 자기가 말할 순서에 아무 말도 안하고 있어도 역시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화의 순서교대에도 몇 가지 원리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든 참여자가 말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화는 대중 연설과는 달라 특정한 사람이 전적으로 혼자서만 말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대화로 볼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 말하는 사람 혼자만 즐겁겠지요. 그래서 내가 말을 하고 있을 때는 내 말이 너무 길어지지 않는지를 늘 유념하면서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느 분이 실제로 겪은 이야기입니다. 그 분 친구 가운데 한 사람이 시집살이가 너무 고되어 마음의 병이 생기는 바람에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의사가 마음속에 말을 담아두지 말고 친구들을 만나 시어머니 욕을 실컷 하라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의사의 귀띔을 들은 터라 그 분의 친구들은 그 말을 다 들어주기로 했는데, 혼자서만 말하는 푸념을 앉아서 들어주는데 등에서 진땀이 나고, 심지어 어떤 친구는 며칠씩 앓아누웠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혼자서 일방적으로 하는 말을 그저 들어주기만 한다는 것이 고역이라는 것이지요.

노래방에 가본 분들은 잘 아실 터입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즐겁게 놀다 와야 할 텐데 혼자서만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계속해 부른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느낌일까요?

바람직한 대화는 순서교대가 적절히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입니다. 그렇다면 여러 사람이 함께 대화를 할 때에는 어떤 순서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실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순서로 말하자고 약속 먼저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누가 먼저 말할 것인지도 정하지 않습니다.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자율적으로 정하게 되는데,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이 “OO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질문을 하거나, 아니면 “저는 OO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어요.”하는 식으로 요청해 다음에는 OO가 말할 차례라는 것을 지정하기도 합니다.

대화에서 정해진 순서는 없지만, 그래도 여러 계층이 모여 대화를 하는 경우는 어느 정도 서열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이나 직책이 높은 분이 말씀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대화 예절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럿이 말을 하다 보면 말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말을 잘 안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화하는 유형은 크게 ‘적극관여형’과 ‘심사숙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적극관여형은 열정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대화에 활력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심사숙고형은 가급적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에 말을 끄집어내지 않는 것이 상대방을 편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합니다.

아마도 말씀을 잘 안 하시는 분은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분이거나 심사숙고형의 분들이시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유형에 따라 너무 적극적으로 참여해 대화를 독차지하려 해서는 안 되고, 대화에 잘 참여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질문이나 요청을 통해서라도 말할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대화의 순서교대, 바른 대화의 필수요건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대화할 때 자신의 유형이 어떠한지 생각해보고 적절한 순서교대를 훈련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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