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에서는 순서를 자연스럽게 교대하는 것이 으뜸으로 중요합니다. 말하는 역할과 듣는 역할이 순조롭게 수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해야 하는 때’와 ‘들어야 하는 때’를 잘 알면 누구나 대화를 잘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글로 써 놓으니까 복잡하고 어렵게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의 대화에서 순서의 교대는 대개 잘 이루어집니다. 특별히 신경쓰지 않아도 말입니다. 하지만 대화에서 어느 일방이 말하는 것을 독점하거나 아니면 상대방이 의견을 물어도 아무런 대답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대화라고 봐야 합니다. 오늘은 ‘말의 사고’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말하고 있을 때에 다른 사람에 의해 방해받은 적이 있습니까? 아마 적어도 한두 번쯤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도중에 대화를 자르거나 가로채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최근 어느 설문조사에서 ‘함께 대화하기 가장 싫은 사람은 바로 내가 말할 때 말을 가로채는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왔더군요.

일반적으로 대화하면서 두 사람이 동시에 말을 하게 되는 것을 ‘중복’이라고 합니다. 중복에는 우연한 중복과 고의적인 방해가 있는데 ‘우연한 중복’은 아무런 의도 없이 그 말이 끝났다고 생각해 말을 시작한 경우나 혹은 지금 하고 있는 말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때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대개 중복을 일으킨 사람이 말을 중단함으로써 바로 수정이 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상대방의 말이 끝나지 않은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고의적으로 말을 시작하는 것을 ‘고의적인 방해’라고 합니다. 영락없이 일부러 낸 ‘말의 사고’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경인방송(FM 90.7MHz)의 프로그램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월~금 07:00~09:00)’의 토론 코너에서도 비슷한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자르는 무리수를 두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결코 세련된 매너가 아닙니다.

그리고 청취자들도 좋게 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연한 중복’인지 ‘고의적인 방해’인지 어떻게 구별할까요? 대부분은 말에 부가되는 동작을 보면 분별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우연한 중복을 일으킨 사람은 좀 겸연쩍어 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고의적인 방해를 하는 사람은 더 단호하고 굳은 표정을 보이겠지요? 그렇지만 적극관여형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지지해 주기 위해 중간에 같이 맞장구치는 말(일종의 추임새)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말들은 적극관여형의 사람들끼리 대화를 할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심사숙고형의 사람들은 맞장구치는 말이라 해도 방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대화가 중단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자신과 상대방의 대화유형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언젠가 남녀 간 대화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들끼리 대화할 때는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말하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마치 듀엣 곡을 부르는 것처럼 동시에 말을 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서로 중복되는 대화를 통해 서로 간 우의를 다진다는 주장을 하는 언어학자들도 있습니다.

남성들은 남들이 조용히 들어주는 상황에서 말하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 같이 말하는 것을 즐긴다고 하는군요. 그런 차원에서, ‘고의적인 방해’가 아니라면 중복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순서교대를 생각할 때 중복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혹시 우연히 중복되었을 때는 중요한 말이 아니라면 끼어든 사람이 멈추는 것이 도리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고의적으로 방해를 할 때는 원인을 분석해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화를 독점하거나, 흥미 없는 화제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고, 그런 경우라면 끼어든 사람한테 말을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여기서 또 하나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대화에 잘 참여하고 있는데 자신만 적당한 순서를 찾지 못해 긴장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기회를 봐서 적극적으로 대화에 끼어드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계속 침묵만 지키고 있을 경우 다른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화에 끼어들기가 어려우면 평소보다 좀 더 과장되게 고개도 끄덕이고, 눈길도 주고 웃기도 하면서 “난 열심히 듣는 사람이야.”라는 걸 보여주면 그런 부담을 좀 덜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여러분과 대화가 가장 잘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떠올려보고 둘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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