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대화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비중있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말하는 사람들 사이의 협동’입니다. 대화는 ‘공격과 방어’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질문하면 다른 사람은 대답하고, 한 사람이 인사하면 다른 사람은 그 인사를 받는 것처럼 양방의 협동 하에 주는 말과 받는 말이 정형화되어 나타납니다. 질문을 하는데 상대방이 대답을 하지 않고, 또 인사를 하는데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면 관계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일 것입니다.

물론 정상적인 대화도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면 질문에 답을 한다고 모두 ‘협동’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크게 보면 선호적인 범주(허락·긍정·동의)의 말과 비 선호적인 범주(거절·부정·반대)의 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내일 저희 집들이하는데 와 주시겠어요?”라고 물었을 때 “네. 물론 가야지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도로 수용하고 허락하는 것이 선호적인 범주의 말입니다.

비단 질문의 경우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그 영화 내용도 재미있고 구성도 탄탄해 참 재미있게 봤어.”라는 말에 “맞아. 나도 정말 흥미롭게 봤어.”라고 공감을 표현하면 그 또한 선호적인 범주의 말이 됩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거절보다는 수용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선호적인 범주의 대답을 하는 것이 좋은데 어쩔 수 없이 비 선호적인 범주의 말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만약 선호적인 범주의 답변이라면 짧게 “예.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해도 무방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앞선 예에서 집들이에 도저히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훨씬 더 세심하게 신경써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①“아뇨”", ②“아뇨. 저는 못 갑니다.”, ③“저는 그날 일이 있어 못 갈 것 같아요.”, ④“초대해 주신 것은 감사합니다만 이번에는 선약이 있어 가기가 쉽지 않겠습니다.”, ⑤“어떻게 하지요? 초대해 주셔서 저도 무척 가고 싶은데 제가 그날 선약이 있어서, 죄송하지만 가기 어려울 것 같아요. 다음 기회에는 꼭 가겠습니다.” 적어도 ④나 ⑤ 정도의 답변을 하셔야 나중에 관계가 소원해지는 일이 없겠지요.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선호적 말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기대와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직접 말하는 것은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선호적인 범주(거절·부정·반대)의 말을 해야 할 경우에는 이런 심리적 부담감을 언어적으로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 단계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단계는 ‘뜸들이기’입니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 시간을 좀 끌면서 뜸을 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2단계는 ‘머뭇거리기’로 ‘글쎄, 어~, 저~’ 이렇게 머뭇거리는 말을 사용하고, 3단계는 ‘사과나 감사하기’입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이 사과나 감사의 표현을 하는 단계입니다.

4단계는 ‘변명하기’로 “제가 내일 다른 약속이 있어서”와 같이 왜 그런지에 대해 세심하게 변명하고 나서 마지막 5단계는 ‘거절하기’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이때 “못 나가요”가 아니라 “나가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아요”와 같이 부드러운 표현으로 약화시켜 사절의 뜻을 나타내 주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뜸들이기 - 머뭇거리기 - 사과나 감사하기 - 변명하기 - 거절하기까지 하려면 말이 무척 길어지겠지요? 원래 말의 길이는 공손함과 비례합니다.

 예를 들어 ‘저리 가.’-‘저리 가요.’-‘저리 가세요.’-‘저리 가십시오.’-‘저리 가시겠습니까.’-‘저리 가 주실 수 있으십니까.’-‘죄송하지만 저리 좀 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말들을 비교해 보시면 말의 길이에 따라 공손한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금방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또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렇게 해야 되지 않겠어요?” 이런 식으로 말했을 때 동의하지 않는 말을 해야 할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럴 때는 “그 생각도 일리가 있는데…”와 같이 동의 표시를 한 다음에 “내 생각에는 이렇고 저런 것 같아요”하는 식으로 대립되는 의견을 제시하면 훨씬 더 좋은 표현이 됩니다.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꼭 그런 건 아니지만’하는 것같이 자기 주장을 좀 약화시키는 표현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상대방과 대립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직접적으로 단호하게 반대되는 견해를 나타낼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이렇게, 주는 말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선호적인 받는 말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비선호적 말을 피할 수 없을 때에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당돌한 느낌을 주고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하십시오.

오늘의 과제입니다. 심리적인 부담감을 최소화하면서 거절·부정·반대 등 비선호적인 답변을 하는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