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시절부터 외국인과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이 있어 소송을 도와드렸습니다. 내세울 만한 일이 아니라 부끄럽네요.”
서글서글한 인상과 겸손한 태도가 인상적인 김태진(39·연수원 33기·사진)변호사는 바쁜 시간을 쪼개 가며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은 외국인들에게 법률 상담은 물론, 무료 변론까지 돕고 있는 인천에 몇 안 되는 인권변호사다.

그는 2011년 8월 검사복을 벗기 전까지 관세와 외환, 출입국, 미군 범죄 등 해외와 연관된 굵직한 사건들을 수사하며 경험을 쌓은 형법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외국인들 또한 형사사건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다.

김 변호사는 “민사문제는 외국인상담센터에서 상담이 가능하지만 형사문제의 경우 대다수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언어적 한계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의 요청으로 외국인 관련 무료 소송을 진행해 왔다. 아동·청소년문제 전문가이자 배우자인 박소영 변호사가 연결해 준 인연이다. 이제는 알음알음 그의 활약상이 알려지면서 해외 공익법인에서도 ‘김태진 변호사’를 찾고 있다.

그는 “변호사 개업 2년이 조금 지난 터라 무료 변론은 건수가 많지 않다”면서도 “제가 진행한 6건의 소송 중 살인죄로 기소된 중국인 남성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사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회했다.

중국인 A씨는 첨예한 재판 과정을 통해 지난 2월 무죄를 선고받았고, 6개월 구속 상태에 대한 형사보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 모든 소송을 마무리지은 김 변호사는 A씨에게 보상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제안, 한국사회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게끔 했다.

김 변호사는 “A씨에게는 기부를 제안했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소송이 끝난 뒤 양로원 봉사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며 “단순히 한국사회의 피해자로 남기보다는 기여자로 남게끔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그는 테러리스트로 오인받아 구금·추방된 예멘 남성과 필리핀 공익법인을 통해 의뢰가 들어온 필리핀 여성의 양육비 청구 소송 등을 진행 중에 있다.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서툴다고 해서 차별받고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단순 상인 개념이 아닌, 인권을 보호하고 공익을 수호한다는 의미가 있지 않나”라며 “저 또한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만큼, 앞으로도 제가 가진 것들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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