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행과 같은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가 인천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30일 인천지역 사회복지단체 등에 따르면 아직 국내에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공식 조사한 자료가 없지만 최소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7천여 명이 인천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인천지역 내 정신건강증진센터 10곳의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상담을 한 은둔형 외톨이는 333명으로 지난해보다 20% 가량 늘었다.

은둔형 외톨이는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보통 3개월 이상 집 안에만 머물며 생활하는 이들로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로 불린다.

탁수연 인천남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는 우울증 등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중독 등 사회부적응 문제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사회와 떨어져 방치될 경우 우울증에 따른 자살, 범죄 등을 저지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8월 인천시 부평구에서 길 가던 20대 여성 3명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한 김모(25)씨는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에 해당한다. 당시 경찰은 김 씨와 같은 범죄 유형을 은둔형 외톨이에 의한 묻지마 범죄로 보고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소재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직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인천의 모 정신건강증진센터 홈페이지에 익명의 한 시민은 “(나도)남들처럼 이성친구도 만나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고 싶지만,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날 무시하는 것 같아 자꾸만 사람들을 해코지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센터 입장에서 그가 실명을 밝히지 않은 이상 심리치료는커녕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외톨이로 의심되는 학업중단 학생의 경우 인적사항 등을 해당 학교에서 넘겨받아 관리할 수 있지만 학부모와 학생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조차도 쉽지 않다는 게 정신건강증진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인천의 한 정신과 의사는 “단순히 은둔형 외톨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그들이 더 이상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우리도 일본처럼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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