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복합리조트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그것도 카지노를 기반으로 한 호텔·컨벤션·공연장·쇼핑시설·테마파크·박물관·레포츠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는 복합비즈니스 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카지노하면 ‘도박’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 이를 반영하듯 1980년대 중반 싱가포르를 이끈 리콴유 총리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카지노는 안 된다”고 말하며 카지노의 병폐를 지적한 바 있다.

이런데도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복합리조트 투자 열기는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바로 카지노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 때문이다. 도박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대규모 투자와 이로 인한 부를 가져다주는 것이 카지노다. 카지노를 합법화한 미국의 라스베이거스가 대표적인 예다.

‘카지노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1905년 캘리포니아와 솔트레이트시티를 연결하는 철도노동자들의 위락공간으로 조성된 도시다. 이후 도시가 확정되면서 1931년 도박이 합법화돼 도박중심 관광도시로 개발됐고 1946년 카지노호텔 복합시설인 ‘The Flaming’이 최초로 개장, 도박과 함께 경제적인 부를 얻는 도시로 발전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내 영종도가 현재 한국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카지노사업 적합지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신년특집을 통해 카지노가 가지는 양면성과 함께 각국의 카지노사업 그리고 국내 및 영종도에 추진되는 카지노산업의 발전 가능성 등을 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카지노의 양면성

   
 

중국을 겨냥한 카지노 복합리조트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무게 추가 옮겨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박과 환락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도 매혹적인 카지노산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카지노에는 많은 부작용이 따른다. 직업을 버리고 도박에 빠져 있는 사람들, 도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저지르는 각종 범죄와 가정 파탄, 도박중독자, 모든 재산을 탕진해 자살하는 사람까지 끊임없이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것이 도박이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에서 도박중독 치료·예방을 위해 상담을 받은 인원은 지난 13년간 5만 명을 넘어섰다. 도박으로 인한 직간접 자살자는 최근 6년간 48명에 이르고 있다. 강원랜드 발(發)로 심심찮게 들려오는 얘기가 모두 카지노의 어두운 면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심각성에도 카지노에 대한 유혹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바로 싱가포르와 같은 경제성장을 이룬 선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카지노에서 미래를 보다
싱가포르는 30년 전 리 전 총리의 카지노 허용 반대 당시와는 상황이 급변했다. 제조업과 관광산업이 침체하자 그동안 걸어잠근 카지노 ‘빗장’을 풀면서 경제성장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2

009년 당시 10년 동안 2개 이상의 카지노 면허를 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마리나베이샌즈와 센토사월드에 세계 최고의 리조트가 들어선 후 거짓말처럼 싱가포르 경제가 되살아났다. 도덕성 대신 실리를 챙긴 싱가포르의 정책이 침체 국면의 국가경제를 살려놓은 셈이다.

   
 
싱가포르는 카지노 정책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이듬해 -2%p로 뒷걸음질쳤던 경제가 2010년에는 역대 최고인 14.7%로 역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세계 최고의 카지노 도시, 마카오
세계 카지노사업의 선두 주자는 단연 라스베이거스로 역사적 상징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세계 카지노사업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카오로 넘어와 중심축이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다. 특히 마카오는 카지노사업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구 60만 명이 조금 안 되는 도시지만 관광객 수는 연간 3천만 명에 육박할 정도다.

인천발전연구원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연매출액이 60억 달러 내외인 반면, 마카오는 4배 가량(2011년 235억 달러)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마카오의 카지노사업은 포르투갈 정부가 1850년 식민지 관리기금 조성을 목적으로 도박 관련 법률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중국 정부가 1999년 포르투갈에서 마카오를 반환받은 후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 현재 28개의 카지노를 정부가 관할하고 있다.

중국은 마카오 카지노사업을 중심으로 2004년부터 카지노 기업의 복합리조트형 개발을 추진했다. 소수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운영 방식을 탈피하고 대중고객을 위한 슬롯머신 도입을 확대하면서 마카오를 복합형 카지노 리조트와 함께 관광허브 도시로 육성하고 있다.

#아시아의 소리 없는 카지노 전쟁
마카오와 싱가포르의 카지노가 성공하자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카지노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가 카지노산업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총성 없는 카지노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복합리조트형 카지노사업장이 없는 일본은 올 상반기께 카지노 설립 허용법안을 마련할 조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에서 복합리조트형 카지노 육성 법안이 통과되면 최대 44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타이완 역시 카지노사업에 뛰어들었다. 최북단 마쭈섬 지역에 오는 2019년 개장을 목표로 복합리조트를 ‘제2의 마카오’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필리핀은 지난해 3월 카지노 리조트 개장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총 4개의 카지노를 건립할 예정이다. 필리핀 정부는 연간 150억 달러, 1천만 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또한 지난해 7월 최초의 대형 복합리조트인 ‘그랜드 호트램’을 개장, 한때 MGM리조트 계약 파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카지노사업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 스리랑카와 캄보디아가 2012년부터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카지노 복합리조트 시설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러시아는 이미 2010년부터 블라디보스토크 외곽지역에 6개의 대형 리조트와 12개의 카지노를 준비하는 실정이다.

#한국 카지노의 심장, 인천 영종도
한국도 지난 이명박정부에서 카지노에 대한 사전심사제도를 간소화하면서 제도 개선과 함께 카지노형 복합리조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인천의 영종도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영종도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카지노사업 적합지로 추진되고 있다. 이 지역에는 현재 ▶영종하늘도시지구 ▶인천국제공항 제2업무단지 ▶미단시티 ▶인천국제공항 제1업무단지 등 네 개의 복합리조트 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 최대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그룹은 2017년까지 인천시 운서동 인천공항 국제 제1업무단지에 1조9천억 원을 들여 축구장 47개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세운다고 밝혔다.

오는 4월 착공되는 리조트는 1단계 사업(2017년)에서 카지노시설은 물론 1천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시설, 700실 규모의 특1급 호텔, 다목적 공연장과 쇼핑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파라다이스는 건립 부지 인근에 이미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어 영종도 내 카지노사업을 선점한 상태다. 파라다이스 리조트가 건립되면 고용효과는 1만2천여 명, 생산유발효과는 1조8천219억 원, 부가가치는 5천776억 원이 기대되고 있다.

영종하늘도시는 일본의 ‘빠징꼬’ 재벌인 오카다홀딩스의 자회사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가 총 251만㎡ 부지에 4조7천379억 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 카지노호텔을 비롯해 비즈니스호텔, 컨벤션센터, 콘도미니엄, 실내외 테마파크를 건립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부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카지노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 북측 유수지를 포함, 총 425만㎡에 3조3천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사업이다. 해당 부지에 외국계 자본을 유치, 카지노호텔 등 복합리조트를 만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인천시, 카지노에 빠지다.
카지노를 결합한 복합리조트에 인천시가 야심차게 도전하고 있다. 운북동 미단시티 내 카지노호텔, 콘도미니엄, 소매시설, 공연장, 쇼핑몰 등을 외국계 자본인 리포그룹과 시저스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한 LOCZ(리포&시저스)와 추진하고 있다.

LOCZ는 영종도 미단시티 내 복합 카지노 리조트 사업을 위해 2012년 말 한국법인 LOCZ코리아 사무소를 설립했다. 2015년까지 카지노와 특1급호텔, 일반호텔 등을 건립하고 2017년까지 부대시설을 포함해 8만9천㎡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단시티 사업이 쉽지만은 않다. 지난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에 신청한 사전심사 청구가 점수 미달로 ‘부적합’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좌초 위기에 처했다.

현재 이를 보완해 사전심사를 재청구해 다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겨우 불씨를 살려놨다. LOCZ코리아는 지난 심사 때 문제가 됐던 신용도 문제를 보완하고 투자 규모를 확대해 이번에는 심사 통과에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시는 현재 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연간 외국인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5천500억 원의 관광 수입을 얻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미단시티 사업 성공에는 심사 통과 외에도 경계해야 하는 또 다른 복병이 있다. 미단시티와 불과 8㎞ 거리에 위치한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의 ‘세계 한상(韓商)드림아일랜드’가 그 주인공이다. 한상드림아일랜드는 ‘빠징꼬 황제’로 알려진 마루한의 한창우 회장이 한상 자본을 끌어들여 복합리조트를 건립하겠다고 밝힌 사업으로 당시 국토해양부가 민간사업에 이례적으로 나서 발표한 상황이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송영길 인천시장은 권도엽 당시 국토부 장관을 만나 한상드림아일랜드 계획 철회를 정식 요청한 바 있다. 미단시티 인근에 또 다른 복합리조트가 들어설 경우 중복 투자로 인해 사업 추진 피해가 우려되는 탓이다.

#영종도 카지노 경제유발효과는?
영종복합리조트 사업이 원활하게 운영될 경우 연평균 3만7천여 개의 일자리가 인천지역에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인천지역 고용률 상승에 1%p 정도 기여할 수 있는 수치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연간 고용증가율이 1%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수치로 평가된다.

인천발전연구원의 ‘영종복합리조트 사업의 경제파급효과 보고서’에는 영종도의 복합리조트가 부대시설을 포함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생산유발효과는 연평균 6조8천여억 원에서 12조8천여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부가가치 규모는 3조3천여억 원에서 6조5천여억 원, 직접 고용된 근로자에게 지급이 예상되는 임금총액은 1조3천여억 원에서 2조5천여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규모는 2016~2030년에 걸쳐 예상되는 파급효과로 영종복합리조트에 대한 경제성을 입증하는 셈이다.

고용자 규모는 2만9천여 명(비관 시나리오), 3만7천여 명(기준 시나리오), 5만5천여 명(낙관 시나리오)으로 각각 추정된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파급효과를 전망하는 데 있어 산업연관분석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파급효과 계수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산업연관분석이 장기간의 미래 전망을 할 때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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