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제가 진행을 맡고 있는 경인방송(FM 90.7MHz)의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월~금 07:00~09:00)’에서는 새얼문화재단 지용택 이사장과의 신년 특집 대담이 방송되었습니다.

인천의 원로(元老)로서 시민들과 청취자들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사람이란 누구나 몸이 아플 때에는 그 아픈 부분에만 신경이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다른 부분까지는 미처 생각이 닿을 틈이 없습니다. 가계부채가 1천조라 하고, 세계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져 모두가 살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때에 모두가 자신들의 아픔에만 정신이 팔려있고 침전되어 있을 때에 오히려 주변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고 격려를 해 줄 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더 살맛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울림이 있는 메시지였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꽤 많은 분들에게서 청취 반응이 있었습니다. 지 이사장 말씀대로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법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소통의 기본이 되는 대화에서는 표현의 오류 때문에 희망이 아니라 오히려 절망을 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몇 회에 걸쳐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경고형 대화(명령·강요·위협 등)’, ‘훈계형(설교형) 대화’, ‘논쟁형 대화’는 바람직한 소통을 위해서는 반드시 피해야 할 유형의 화법입니다.

그 밖에 또 다른 문제 유형은 ‘전지자형 대화’입니다. 이것은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형의 대화를 말합니다. “거 봐.”, “그러게 내가 뭐라 그랬어.”,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보나마다 뻔하다.”, “내가 그럴 때부터 다 알아봤다.”하는 식의 표현이 전형적인 전지자형 표현입니다.

보통 이런 말을 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은 일이 잘 되지 않아 난감한 경우일 것입니다. 대부분,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경우이기 때문에 위로가 필요한 상황인데 거기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이런 표현을 하기 때문에 대화가 엇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속으로야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이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을 때 이런 말을 듣게 되면 말하는 사람이 참 야속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 질 리가 없습니다. 이런 표현 말고도 “얼굴이 부은 걸 보니, 어제 무슨 일이 있었네요. 그렇죠?”하는 식으로 상대방을 분석하고 진단하는 말을 하는 것도 역시 전지자형 대화입니다.

사실관계는 확인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기 판단만을 근거로 마치 사실인 양 몰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거북하게 만드는 화법입니다.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주로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는 시사 정보 프로그램입니다. 방송에서는 어떤 사람과 인터뷰를 하든 절대로 피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런 유형, 이른바 넘겨짚기입니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볼 표현의 오류는 ‘극단주의형 대화’입니다. “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한 적이 없어.”, “넌 언제나 그 모양이라니까.” 이런 식으로 극단적인 말을 사용해 감정적으로 비평하면 정말 함께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게 됩니다.

‘한번도’, ‘언제나’, ‘절대로’, ‘전혀’, ‘아무리’ 등의 표현들이 나올 때는 이미 그 이전에 감정적인 상태가 된 것인데 덧붙여 이런 표현을 하고 나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모두 감정이 더 격화되어서 정상적인 대화를 이어가기가 매우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조금 전 언급한 극단적인 표현들은 특히 부부 사이, 부모 자식 사이 등 가족끼리의 대화에서는 반드시 피해야 할 부분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습관적으로 경고형·설교형·논쟁형·전지자형·극단형의 대화 유형을 사용하는 것은 실제 속마음과 다른 ‘표현의 오류’를 야기해 대화 자체를 엇나가게 만드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위에서 언급한 표현의 오류를 경험하신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보고 고쳐야 할 부분을 헤아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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