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출근길이었어요. 폐지를 한가득 머리에 이고도 모자라 노끈을 허리에 이어 한 뭉텅이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를 목격한 게. 퍼뜩 ‘더는 지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두 달 뒤 ‘종이나눔 운동본부(Good Paper)’가 꾸려졌습니다.”

지난 23일 ‘당신이 있어 행복한 세상’의 주인공인 기우진(33)씨를 만났다. 인천지역 내 폐지 줍는 노인들을 돕기 위한 비영리 봉사단체 ‘종이나눔 운동본부’를 설립한 주인공이다.

‘삶의 무게가 종이처럼 가벼웠으면’하는 고민들로 하루를 채워 가는 평범한 청년이었던 기 씨는 하루 종일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보며 ‘나도 힘든데 저분들은 얼마나 괴로울까’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기 씨는 “평균 65세의 저소득층 노인들이 하루 종일 15㎞를 돌아다녀 60㎏의 폐지를 수거하고, 이를 팔아 6천 원을 버는 꼴”이라며 “인천에만 3천 명이 넘는 이들이 ‘폐지 줍는 노인’으로 살아가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연명하는 노인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은 시민들과 기업·사회단체에서 신문지와 책 등을 기부받아 이를 매각한 돈으로 폐지 줍는 노인들을 돕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더해지면서 동력을 얻었다. 그리고 기 씨의 뜻에 공감하는 인하대·인천대 학생 7명이 ‘종이나눔 운동본부’의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단체는 설립 후 최근까지 모두 세 달 남짓한 기간 508명의 시민을 비롯해 동인천고, 동구청소년수련관 등 6개 단체들에서 폐종이 자원을 기부받았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은 모든 멤버들이 모여 기부처 발굴과 종이 수거활동에 나선다.

이렇게 모아진 500여만 원은 최근 남동구청이 연계한 폐지 줍는 홀몸노인 6명에게 전달됐다. 무엇보다 올해는 기 씨의 지도교수인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와 후배 8명이 뜻을 합쳐 서울지부도 만들어졌다.

‘종이나눔 운동본부’는 올해 3월 1일 인천대공원에서 301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폐지로 대형 태극기를 만들고 전시하는 행사를 계획 중이다. 많은 인천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또 그때까지 기부받아 모은 폐지 매각대금 전액을 폐지 줍는 홀몸노인에게 다시 한 번 전달할 계획이다.

단체의 본부장을 맡고 있는 기 씨는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고정적으로 폐지를 기부하는 단체가 아직은 적어 아쉽다”며 “인천에서 폐지 줍는 노인이 없는 그날까지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계속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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