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에서는 이겨야 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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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에서는 이겨야 제 맛?
원기범 아나운서
  • 기호일보
  • 승인 2014.02.0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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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일에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습니다. 맥쿼리 투자신탁운용의 최홍 대표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부하고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437번째 회원이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최 대표가 극빈층이 모여 사는 부산 영도 무허가 판자촌에서 외할머니 손에 자라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보냈음에도 최 대표는 “기부와 나눔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며 “100개의 지식보다 10개의 깨달음이 낫고, 10개의 깨달음 보다 1개의 작은 실천이 삶을 변화시킨다”는 평소의 지론을 밝혔습니다.

이어서 “나눔이란 불가피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도 자신의 처지에서 가능한 만큼 실천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참 훌륭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는 진리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마음 먹은 대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위해 나눔과 배려의 마음을 품는 것조차도 녹록지 않은 일입니다.

소통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화제를 선택하거나 부적절한 표현 때문에 대화가 엇나가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바로 심리적인 것에 있다고 언어학자들은 지적합니다.

대화를 엇나가게 만드는 심리적인 요인 중에 가장 큰 것은 대화 중에 ‘상대방을 이기려고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반복적으로 말씀드립니다만 대화는 싸움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서로 잘 협동해야 하는데, 협동의 원리보다는 승부(勝負)의 원리가 더 우선적으로 작용하면 대화에 자존심을 걸게 되고, 자기가 이겨야겠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대화는 기본적으로 말하는 사람과 말 듣는 사람 사이의 협동을 전제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바람직한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수 요건입니다. 대화하는 목적이 협동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말을 하면 세상을 소란하게 하는 언쟁(言爭)이 좀 줄어들게 되겠지요?

그런데 처음에는 협동을 전제로 말을 해나가다가 상대방이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부적절한 표현을 하게 되면 처음 의도와는 관계없이 대화가 언쟁으로 바뀌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 상황에서 자신이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주로 ‘가치 갈등(價値 葛藤)’이 있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치 갈등이란 서로 생활방식이나 취향 같은 것이 달라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실 사람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까 생활방식이나 취향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각자 개인적 습관뿐 아니라 정치적 신조나 인생관·윤리관 같은 것들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다른 것은 같지 않은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치 갈등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제시한 해결 방법이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는 것을 주장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그 상황에서 자신이 이기고 싶어 하는 승부의 원리가 작동하게 됩니다.

언젠가 대화는 탁구와 같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탁구는 절대 혼자서는 할 수가 없습니다. 대화도 그렇습니다. 말하는 사람만 있고 듣는 사람이 없다면 대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대화는 싸움이 아닙니다. 대화는 협동입니다.

따라서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해서는 안 됩니다. 말싸움에서 이겼다고 상 받는 것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경고를 받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혼동해 가치 갈등을 빚은 적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이후 어떻게 대처했는지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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