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말에 ‘피는 못 속인다’는 속담이 있다. 과거의 과학기술이라는 것이 피의 종류나 DNA((Deoxyribonucleic acid) 염기서열을 분석하던 기술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러한 말을 사용한 것은 조상들의 지혜를 엿보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동아시아에 출현한 일본 정치인 아베 신조(安倍晋三)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외조부가 기시 노부스께(岸信介) 전 총리로서 1930년대 일본의 만주 침략 후 만주국 정부의 산업부 차장(차관)으로 근무하면서 일본군의 난징(南京) 대학살 당시 특무반으로 참여해 시체처리를 맡았던 전력(前歷)을 중국정부가 공개했다.

기시 노부스께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 전범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사형이 집행된 자였으며, 그의 아버지는 아베 신타로 외상으로 생전에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망언을 일삼던 자로도 유명하다.

집안이 이 정도면 가히 ‘피는 못 속인다’는 속담이 허언(虛言)은 아니다.

더욱이 일본의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자가 근·현대사에 대해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아시아 주변국에게 불쾌한 언행과 과거사의 아픔을 상기시키는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를 넘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고 할 것이다.

적어도 한 나라의 총리라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과거 침략전쟁으로 주변국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 겸허히 반성하고, 동양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봉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적반하장(賊反荷杖)식으로 입만 열면 망발을 지껄이니 도대체 그의 학식과 상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9월에 방미 중에는 “나를 우익 군국주의자로 불러도 좋다”라 했고, 역대 일본총리들이 약속했던 야스쿠니 신사참배 거부를 지난해 12월 26일 기습참배해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친 영령에게 존경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망언을 했다.

또 “침략여부에 대한 판단은 역사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말과 “한국은 어리석은 국가”라는 망발을 해 외교적 결례 수위를 넘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영토분쟁 도발까지 저지르는 무식한 짓거리를 일삼아 온 것은 아베의 정신적 병리 검진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뉴스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밤새 마신 술이 덜 깬 듯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볼 수 있는데 술주정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망언 제조기가 되고 있다.

일본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이 거듭될 때 무모한 죽음으로 수많은 군인들을 몰고가면서도 이것을 미화했던 광기의 나라였다.

그것이 바로 ‘가미가제(神風) 특공대’와 ‘옥쇄(玉碎)’라는 죽음의 광란극이 아닌가. 옥쇄돌격이라는 것은 군인의 용기라기보다 비겁한 만용으로서 ‘불나비의 행동같은 강요된 자살행위’일 뿐이었다고 미군전사는 기록하고 있다.

지금 아베의 이성을 상실한 정치행보는 마치 옥쇄라도 하려는 일제 황군(皇軍)의 술 취한 장수를 보는 듯 안타깝다. 그 위에 1970년 폴란드 아우슈비츠 유태인 위령비에 두 무릎을 꿇고 독일이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는 브란트 서독 수상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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