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성 리더들 중 인천의 명문으로 손꼽히는 인일여고 동문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교육, 문화·예술계는 물론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정·재계까지 인일여고 동문들이 진출해 있다.
인일여고 동문들은 사회적 활동 외에도 지난 2011년 개교 50주년을 기점으로 모교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50여 년간 인천 여성교육의 산실로 인천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인일여고 총동창회를 찾아 인일여고의 역사와 자랑, 그리고 현재 총동창회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 인일여고의 역사
인일여고는 1951년 교육법 개정에 따라 6년제였던 중학교 과정에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으로 분리됨에 따라 태동이 시작됐다.
인일여고의 뿌리는 당시 인천을 대표하던 명문 여학교인 인천여중이다. 인천여중은 지역에서 남학교를 대표하던 인천중이 제물포고를 병설하는 것을 지켜보며 새로운 여학교의 설립 필요성을 느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 인일여고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민주주의 국가 건설에 동참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민주시대를 선도할 민주인의 육성’, ‘민주적인 여성상의 확립’, ‘원만한 인간 육성’을 교육이념으로 삼았다.
인일여고의 교육과정은 학생의 희망과 필요에 따른 선택을 우선으로 두고 진학반과 취업반을 둬 능력과 처지에 맞는 교육과목을 이수하도록 했다.
인일여고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제2대 교장이었던 이창갑 교장이 재임한 후 학교 기반을 닦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학생들은 각 대학에서 실시하는 각종 학력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며 전국에 인일의 이름을 알렸다.
시대 흐름에 따라 정부의 교육방침이 자주·자립을 지향하는 국민정신과 도의심을 함양하고 산업·과학·기술교육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집중하는 것으로 변하자 인일여고 역시 ‘조국 근대화를 위한 인간교육’ 실현을 교육목표로 삼고 ‘슬기롭고 튼튼한 여성’, ‘명랑하고 예의 바른 여성’, ‘생각하며 일하는 여성’을 기치로 내걸었다.
인일여고는 선발교육제도에 따라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만 다닐 수 있는 학교로 정평이 나기 시작하면서 교사들은 물론 재학생들의 자부심이 커져 갔다.
이에 발맞춰 해마다 배출되는 우수한 졸업생 역시 학교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 결과 입시제도가 변경돼 고교평준화 제도가 실시된 이후에도 인천지역 내에서 인일여고에 대한 명성은 여전했다.
# 인일여고 동창회
인일여고 교정에서 풋풋했던 단발머리 소녀시절을 보낸 동문들은 1997년 11월 열린 제1회 총동창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이전까지 인일여고 동문들은 기별 중심의 모임을 가져왔다.
현재 인일여고 총동창회는 기별 동문회, 전체 동창회, 학교와의 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장 최근의 활동은 지난해 11월 회원 400여 명이 와인열차를 타고 충청북도 영동을 다녀오며 친목을 다지는 한편, 인일여고의 발전과 전통 계승을 위한 논의를 한 것이다. 이에 앞선 2010년에는 153명의 동문이 참가한 가운데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경주 수학여행을 떠나 학창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2011년에는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인일여고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연혁관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변화된 인일여고의 교정과 교복, 과거 상장, 동문들의 활약을 볼 수 있다.
# 인일여고를 빛낸 동문들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명성을 떨친 인일여고 동문들은 각 사회에 진출해 모교를 드높이는 행보를 보여 주고 있다.
이혜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는 이화여대 수학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석사, 독일 퀸즈대학 박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최순자 인하대 생명과학공학부 교수는 2010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13인 중 1인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위촉장을 받기도 했다.
KBS 예능 프로그램 ‘비타민’의 ‘위대한 밥상’ 코너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한영실 숙명여대 교수는 건강 정보를 전달해 인기를 끌었다.
이 밖에도 제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안명옥 CHA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1988년 서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윤영숙 전 양궁선수도 인일여고를 빛낸 동문 중 하나다.
# 모교 발전을 위한 동문들의 노력
인일여고 총동창회는 2011년 개교 50주년을 기점으로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모금하고 있다. 이전에도 장학금 모금은 간간이 있었으나 전체 동문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전개한 것은 2011년이 시작이다.
인일여고를 대표하는 장학금은 ‘황연자 장학금’이다. 인일여고 개교 때부터 1976년까지 16년간 인일여고 교사로 재직했던 고(故) 황연자 선생의 유언에 따라 시행되는 사업이다. 한때 이 장학금은 원금이 고갈돼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1~8회 동창회에서 장학금을 모금해 그 이자로 계속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일여고에서 정년퇴임한 민혜식 선생 역시 장학금 1천만 원을 기증해 ‘민혜식 장학금’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인일여고의 가장 큰언니인 1회 졸업생 조현희·장덕녀 씨는 1994년 각각 1천만 원, 500만 원을 기탁해 후배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몇 년 전부터는 숙원이었던 멘토링 사업, ‘인일 그린 브리지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인일 그린 브리지 프로그램은 선후배를 멘토·멘티로 엮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멘토·멘티로 엮인 선후배들은 잊지 못할 추억 쌓기와 함께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공유하며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한다. 도서대금도 일부 지급해 참고서를 각자 사서 볼 수 있도록 지원도 하고 있다.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동문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후배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서는 선배들 중에는 실제로 눈물을 흘리며 ‘이제부터 나는 너의 엄마가 될 거야’라고 다짐하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멀리 타국에서 멘토가 되고 싶다며 자원하는 손길이 뻗치고 있다.
선배의 도움을 받은 후배들 중에는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하루빨리 후배들을 만나고 싶다며 학교와 총동창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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