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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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원기범 아나운서
  • 기호일보
  • 승인 2014.02.13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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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BS 경인TV 사장을 지낸 스타 PD 주철환 씨가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비극적으로 살려면 비교를 하라.

즐겁게 살려면 비유를 하라.” 무슨 말인고 하니 사람은 누구나 가치관(價値觀)과 삶의 방식 등이 제각각 다른 것임에도 마치 ‘틀린 것’으로 인식해 또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면 계속해 갈등을 빚게 된다는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다른 것’과 ‘틀린 것’은 상이한 개념입니다.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군인인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A는 B보다 더 뛰어난 군인이다.”라고 비교를 할 것이 아니라, “A는 을지문덕 장군처럼 용맹스럽고, B는 강감찬 장군처럼 지략이 뛰어나다.”라고 표현하자는 말입니다.

소통(커뮤니케이션)에서도 그대로 적용 가능합니다. 대화는 싸움이 아니라 협동인데도 ‘상대방을 이기고자 하는’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대화를 망치고 더 크게는 소통을 저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호승지심(好勝之心)이 문제입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해 가치 갈등을 겪는 일은 필히 피해야 합니다. 말싸움[言爭]에서 이기고자 할 때 흔히 쓰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힘과 권위를 사용하는 권위(權威)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상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포기하거나 양보해 버리는 방임(放任)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권위적으로 이기고자 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는데, 상대방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것이 이기는 방법이라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회사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그 제품의 색깔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 대리 : 이번 신제품은 여러 가지 상황상 파란색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박 부장 : 내가 보기에는 파란색보다는 빨간색이 더 맞습니다. 김 대리는 아직 경험이 적어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내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이렇게 대화가 진행된다면 그것이 바로 권위적으로 이기고자 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위 대화에 이어서 아래처럼 대화가 진행된다면,
 김 대리 : 부장님! 그래도 이번 신제품은 제가 기획해서 첫 번째로 맡은 단독 프로젝트이니 기획의도대로 파란색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박 부장 : 아, 그럼 마음대로 하세요. 대신 시장 반응에 대한 결과는 전적으로 김 대리 책임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나한테 묻지마세요.

이것은 방임적 방법으로 이기고자 하는 상황입니다.

권위적 방법을 사용하면 자신은 힘을 사용해서 이기고, 그 결과 상대방의 체면을 상하게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이기게 만드는 방임적 방식도 사실은 상대방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이나, 그 일에 대해 포기한다는 것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고, 더 이상 이야기하기조차 싫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 역시 상대방의 체면을 상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네 맘대로 해”. “내가 무슨 상관이 있어?” 이런 말을 하는 상황은 정말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하라는 허락이라기보다는 ‘나는 너하고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말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가치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대화를 엇나가게 만드는 심리적 장애 요소가 됩니다.

대화 참가자들 사이에 가치가 달라 의견 대립이 있다면 ‘다름(different)’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기고자하는 마음이 아니라 협동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대화에서 부적절한 비교를 통해 혹은 이기고자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한 일을 없는지 반추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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